中관변학자들 회담 개최 기대감 상승…"美, 실용적 접근할 것"
트럼프 "내달 1일까지 100% 추가관세 유보"…대화 진척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중 양국이 고강도의 압박 조처를 교환한 이후 자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조만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전례 없는 '강 대 강' 대응으로 미국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걸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개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추세라면 이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이 별도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변학자인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의 우신보 주임은 "미중 무역협상의 다음 라운드가 잘 진행된다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우 주임은 최근 중국의 대미 압박 기조 속에서 "베이징이 가진 카드가 미국에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식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이번 강공 대응은 "향후 미중 무역협상과 전반적인 양국 관계 안정에 매우 도움이 되고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근래 미중 양국 간 최고조의 긴장이 경주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개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본질적으로 대결을 통해 타협에 도달한다"며 중국의 대미 최고조 압박은 "워싱턴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국제정치 분야 권위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복종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내달 10일 제2차 관세 휴전 만료를 앞두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세로 무역 협상을 해온 미중 양국은 중국 동영상 공유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관련 타협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근래 서로 치명타를 주고받는 격전을 벌였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대중국 초고율관세(기존 관세에 100% 추가)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이상 11월1일 시행)로 중국을 바짝 조였다.
그러나 중국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다양한 카드로 역공했다.
무엇보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민을 겨냥해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희토류 공세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격앙했으나,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과 가공제품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 제동을 걸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날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 부과에 나섰다.
내친김에 내달 8일부터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도 시행한다는 추가 공세도 예고했다.
중국의 이 같은 고강도 공세에 트럼프 미 행정부가 꺼내든 대중 공세의 예봉이 일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SCMP는 대중국 추가 관세 100% 부과와 중요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를 위협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지 이틀 후인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이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어조로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낼 것으로 생각하며 시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스티븐 올슨 객원 선임 연구원은 전날 SCMP에 "베이징은 첨단반도체, 워싱턴은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에 대한 완화 조처를 서로 원한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대두 구매 약속을 받아내려 한다"고 짚었다.
올슨 연구원은 이어 "(경주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되면 세계 시장에 쓰나미 엄습과 같은 피해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회담이 열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면 "미중 간에 새로운 상황이 재설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위험한 게임을 하는 미중 양국 간에 위협과 대응조치 등이 쌓일수록 서로 물러서는 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되는 무역 협상이 실패한다면 관세 휴전을 또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대중국 100% 추가 관세)는 11월 1일 전에는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적어도 그 시점까지의 대화 진척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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