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프로농구 부산 KCC 관계자들은 요즘 허훈(30)의 복귀 시점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듯 이렇게 말한다.
지난 13일 서울 SK전을 앞둔 라커룸 미디어 미팅에서 이상민 감독도 "허훈-최준용 두 선수 모두 복귀 시점을 단정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런 화법은 최근 며칠새 완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시즌 개막(3일)이 다가올 때 구단 측은 "개막전 출전을 맞추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 후 이 감독은 승장 인터뷰에서 "2주 정도 뒤에 가능할 것 같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팬들도 학수고대 하는 허훈의 복귀가 16일 원주 DB전에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역시 '희망사항'일 뿐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KCC 식구들은 왜 '모르쇠'로 태세전환을 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고 허훈의 복귀 시점이 대단한 '보안유지' 사항이라고, 꼭꼭 숨기려는 건 아니다. 그럴 만한 숨은 사정이 있었다.
허훈은 당초 시즌 개막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맞다. 지난달 23일 2개월 만에 팀에 합류해 코트훈련을 시작하며 실전 감각을 회복하려고 했다. "당시 부상 회복 정도 등 몸 상태를 '퍼센테이지(percentage)'로 따지면 90% 정도였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보통 70~80%가 되어도 조심스럽게 출전 가능한 마당에 1주일 정도 손발 맞추면 개막전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 본 것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이 거의 나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초 다쳤던 부위의 바로 옆 근육이 미세하게 또 찢어지고 말았다. 결국 허훈은 즉각 코트 훈련에서 제외됐고, '재활병동'으로 재수용됐다. 이후 KCC 구단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신세가 됐다. '90%'를 믿었다가 '10%'의 변수에 뒤통수를 맞았으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기로 한 것이다. 구단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는 회의 끝에 "허훈의 부상 회복이 100%가 될 때까지 무기한 기다리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 감독이 개막전에서 '2주 뒤'를 언급한 것은 '그때쯤 100%에 도달하지 않을까'라는 희망이었다. 이후 허훈의 부상 완전 회복은 기대만큼 되지 않았고 '100%'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모르쇠' 답변만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허훈은 말 그대로 어이없는 부상을 했다. 체력 강화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컨디션 최고의 상태에서 맞은 첫 연습경기(8월 5일)에서 고작 7분 뛰다가 종아리 근육이 끊어졌다. '슈퍼팀'의 마지막 퍼즐이 빠진 상태로 비시즌 준비를 해 온 KCC로서는 허훈의 합류가 누구보다 간절하다.
하지만 두 번이나 어이없는 상황을 겪은 구단은 1%의 재발 가능성도 없애기 위해 허훈의 복귀 이슈에 대해서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악몽을 되풀이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현존 최고 가드로 꼽히는 선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게 '정도'라는 판단이다.
그 기다림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나마 위안은 주축(허훈-최준용-이호현)이 빠졌는 데도, 남은 선수들의 투혼 덕에 '연승-선두권' 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훈이 돌아오면 지금도 잘나가는 팀이 더 강해질 것이란 희망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친형 허웅은 "훈이는 1번(포인트가드)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다. 그러면 나머지 포지션이 더 편하게 농구할 수 있고 우리의 위력은 배가된다. 훈아, 빨리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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