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언제부터인지 동남아 축구가 대한민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서 시작된 베트남 열풍이 김판곤의 말레이시아, 신태용의 인도네시아로 이어졌다. 그 곳에서 거둔 성과를 폄하해서도, 할 필요도 없다. 그 자체만을 인정하면 된다.
그런데 동남아의 '신드롬'을 한국 축구와 연결하는 '버릇'이 생겼다. 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다. 환경 또한 상이하다.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4위, 인도네시아는 119위, 말레이시아는 123위다. 이들 국가는 아직 월드컵 본선과 거리가 멀다. 23위인 한국 축구와도 비교 불가다.
김판곤 감독에 이어 신태용 감독이 K리그에서 실패했다. 두 사령탑 모두 울산 HD의 부름을 받았다. 김 감독은 중도하차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A대표팀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탄 홍명보 감독에 이어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첫 해 울산의 K리그1 3연패를 이끌었다. K리그1 13경기에서 9승3무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과 병행하면서 근간이 흔들렸고, 팬들도 끝내 기다려주지 않았다.
김 감독의 바통은 신 감독이 이어받았다. 8월 5일 울산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65일 만에 퇴진했다. 그의 리더십은 울산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신의 '명성'만을 믿었던 것 같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 '무심히 던진 돌'에 생채기도 깊이 남았다. 물론 늘 그렇듯 던진 사람은 '돌'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성적이 이야기한다. 신 감독이 13년 만에 돌아온 K리그1에서 거둔 승리는 단 1승이다. 울산 데뷔전에서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7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4패)에 빠졌다.
팀 순위도 추락했다. 7위에서 출발해 10위(승점 37)로 떨어졌다. 울산은 스플릿 분기점까지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7~12위가 포진하는 파이널B행이 확정됐다. 10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하는 위치다. 강등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울산은 신 감독으로선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물러나야 할 자리였다. 울산과 신 감독은 첫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옵션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신 감독은 각종 루트를 통해 떠난 팀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변명에 불과하다. '울산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신 감독과 2개월간 동행한 선수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나 일단 입을 닫았다. 살얼음판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 시즌 남은 경기는 6경기다. 10위에서 벗어나야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다행히 선수단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울산은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노 감독대행은 활발한 소통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울산은 18일 오후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광주FC와 정규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이정효 감독의 광주는 현재 7위(승점 42)에 위치해 있다. 승점 1점차인 6위 강원FC(승점 43)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파이널A(1~6위)행 티켓을 다투고 있다. 강원은 같은 시각 원정에서 대구FC와 격돌한다. 대구는 최하위지만 최근 5경기에서 3승1무1패로 완연한 상승세다. 광주도, 강원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
갈 길이 더 바쁜 울산은 한가롭게 두 팀의 경쟁을 볼 위치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반전 뿐이다. 선수들도 부담감을 털어내고 광주전부터 또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울산 왕조'는 어제 내린 눈이다. 신 감독의 '몽니'를 털어내기 위해선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