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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지 못해" 우승 감독 20억 대우 컴백의 의미…'명가 재건' 두산 사전에 리빌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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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정이 들어서 떠난다. 두산 베어스를 잊지 못할 것 같다."

2020년 11월. 두산 베어스는 포스트시즌 도중 결단을 내렸다. 준플레이오프 도중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김원형 투수코치를 바로 보내주기로 한 것. 당시 김태형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이 김원형 감독이 SK에서 새로운 구상을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프런트와 상의해 배려한 결정이었다.

투수코치로 두산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김원형은 "2년 동안 있으면서 두산이라는 팀에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코치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좋은 팀에서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 덕분이다. 감사하다. 정이 들어서 떠난다. 정들려고 하니 떠나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좋은 자리로 떠나지만, 나도 얼마 앞으로도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 인생에서 두산 베어스라는 팀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두산은 20일 '제12대 감독으로 김원형 야구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5년 전 짐을 싸서 인천으로 떠날 때는 사령탑으로 두산에 복귀할 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산을 떠난 5년 동안 김원형 감독은 지도자로 계속해서 화려한 업적을 쌓았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SSG 지휘봉을 잡았다. 2022년에는 정규시즌 개막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으며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는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며 견문을 넓혔고, 올해는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로 지내며 현장과 계속 가까이 있었다.

두산은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김원형 감독에게 2+1년, 최고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이르는 좋은 대우를 약속했다.

두산이 김원형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명가 재건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KBO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산은 조성환 감독대행과 김 감독을 두고 끝까지 고민했는데, 리빌딩이 아닌 윈 나우에 초점을 맞추는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은 2019년부터 두산에서 2년 동안 메인 투수코치를 맡았고, 2019년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해당 기간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3.91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였다.

2019년과 현재 투수 구성은 꽤 달라졌지만, 새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만 제대로 한다면 다시 한번 리그 1위 투수진을 구축할 만하다.

선수들과 소통에도 강점이 있었다. 예비 FA 투수 최원준은 김 감독이 SSG 사령탑으로 지낼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최원준이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김 감독은 본인 팀 선수처럼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며 부활을 진심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두산은 포수 양의지, 중견수 정수빈이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 한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러려면 단기간에 성과가 필요했고, 두산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 감독으로 경험도 풍부한 지도자가 필요했다. 올해 9위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지만, 젊은 야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하면서 경험치도 충분히 쌓았다는 자신도 있었다. 두산은 다음 시즌 5강이 아닌 정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두산은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우승 도전 전력을 구축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생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고 돌아온 김 감독은 곧장 새로운 시즌 구상을 시작한다. 코치진 개편이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감독 취임 선물에 후했던 두산이 FA 시장에서 또 어떤 선물을 고르고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 감독은 "명문 구단 두산의 지휘봉을 잡게 돼 무한한 영광이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기회를 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산은 그라운드 위에서 언제나 역동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해 온 팀이었다. 이러한 '허슬두' 문화를 재건하는 데 앞장서며 팬 여러분들께 감동을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