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랫물'에서 놀던 팀의 2년 연속 파이널 A그룹 진출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FC서울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연 연속 '상스(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한 암흑기를 극복했다. 2024년 김기동 감독을 선임한 이후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시즌 최종 4위 성적으로 5년 만에 '윗동네' 공기를 마셨고, 6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도 획득해 '아시아 공기'도 들이켰다.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이한도 안데르손 등을 영입하며 한층 탄탄한 전력을 갖춘 '하나은행 K리그1 2025'에선 단순히 '상스' 진출에 만족할 순 없었다. 2024시즌을 앞둔 서울과 2025시즌을 앞둔 서울의 지향점은 그만큼 달랐고, 또 달라져야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우승을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순 있겠지만, 적어도 2024시즌보단 나은 모습을 보일거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서울의 정규리그는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정규리그 최종전에 가서야 5위 턱걸이로 '상스'에 진출했다. K리그는 정규리그 1~6위팀이 파이널 A그룹, 7~12위팀이 B그룹에서 스플릿 라운드를 치른다. 서울은 정규리그 33경기에서 11승12무10패 승점 45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시즌 같은 라운드와 비교할 때 3승, 승점 5점이 모자란 수치다. 서울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49득-38실, 득실차 +11을 기록했다. 울산(+17), 김천(+13) 다음으로 득실차가 높았다. 소위 '밸런스'가 좋은 팀이었다. 이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김기동 축구' 효과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43득-42실로, 득점은 줄고 실점은 늘었다. 득실차는 +1.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파이널 A그룹 진출을 확정하는 방식은 서울의 시즌을 축약해놓은 것만 같았다. '전반에 웅크리다 후반에 몰아치는' 스타일은 포항 앞에서 통하지 않았다. 전반 28분 세트피스에서 '서울 출신' 기성용과 이호재의 프리킥 합작품에 선제 실점한 서울은 후반 21분 조영욱의 헤더 득점으로 따라잡았다. 조영욱의 득점으로 서울은 2000년 이후 25년 만에 20경기 연속 득점했다. 올 시즌 전체 팀을 통틀어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7월 이후로만 7번 멀티 실점한 서울은 후반 39분 역습 상황에서 주닝요에게 다시 앞서가는 통한의 골을 내주며 1대2로 패했다. 포항전 패배는 7월에 열린 23라운드 제주전(2대3 패), 8월에 열린 28라운드 안양전(1대2 패)과 닮았다. 흐름을 끊는 치명적 실수, 습관적인 선제 실점(최근 8경기 중 6경기), 골문 앞 소극적인 플레이와 같은 '숙제'를 풀지 못했다는 의미다. 서울은 이번 패배로 다음 시즌 ACL 진출 경쟁팀인 4위 포항(승점 51)과의 승점차가 3점에서 6점으로 벌어졌다. 2위 김천, 3위 대전(이상 승점 55)과는 10점차다.
서울의 현실적인 목표는 4위 탈환이다. 김천이 3위권 내에 진입해도 군팀 특성상 ACL에 갈 수 없어 TOP4에 들면 2년 연속 ACL을 바라볼 수 있다. 단, 정규리그에서 보인 집중력과 경기력으론 4위 탈환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울이 만나야 할 상대는 강원, 대전, 포항, 김천, 전북으로 단 한 팀도 만만하지 않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