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국학교 아동 언어 실태 보고서…호찌민국제학교 교사 20명 인터뷰
"소규모 맞춤형 수업 운영하고 이중언어 역량 갖춘 교사 확보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베트남의 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아동 일부가 언어 습득과 문해력 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학업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KSL) 과정'을 개설하고 소규모 맞춤형 수업 등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지영 숭실대학교 조교수, 정영찬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사, 이규림 호찌민시 한국국제학교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2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재외 한국학교 다문화 배경 아동의 언어 적응 실태와 KSL 설계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베트남 호찌민시 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FGI)와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일부는 학습 언어와 문해력에서 어려움을 겪는 탓에 수업 참여와 정서·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 일부 학생은 눈에 띄지 않는 태도를 보여 학습 부진이 감지되지 못했고, 자신의 어려움을 직접 표현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급우 관계에서도 언어 능력 부족으로 위축되거나 소외감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정규 교과에는 KSL 교육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인 우리말 학습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KSL은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이나 이주민이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과 학업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생활에 필요한 언어 학습에 중점을 둔 교육을 뜻한다.
교내에 관련 교육이 필요한 아동의 언어 능력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할 공식 도구나 기준이 구축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배경 아동의 한국어 능력이 생활 한국어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학습 언어와 문해력 측면에서 결손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에 연구진은 ▲ 조기 개입이 가능한 별도 KSL 과정 개설 ▲ 소규모 맞춤형 수업 운영 ▲ 전문성과 이중언어 역량을 갖춘 교사 확보 ▲ 방과 후·방학 프로그램 활용 등을 보완책으로 제안했다.
논문은 전 세계 34개 재외 한국학교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향후 KSL 교육과정 도입과 현장 맞춤형 정책 설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자평했다.
논문은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등재 학술지인 국제어문학회 학술지를 통해 발표됐다.
연구진은 "언어 지원은 단순한 학습 차원을 넘어 아동의 정서 발달과 정체성 형성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한글과 한국어 교육의 강화는 재외동포의 정체성 강화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