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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70억인데, 미출전 선수 대굴욕 "경기 못 나가니, 운동을 더 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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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운동을 더 했어요."

정말 믿기 힘든 반전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법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기세가 무섭다. 제대로 치러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첫 팀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은 2021 시즌 두산 베어스가 유일한데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포스트시즌 경기들이 축소 개최 됐었다.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체제에서는 상위 라운드로 계속 올라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의 이런 기적의 중심에는 투수 최원태가 있다. 당장 가을야구 전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불펜으로 나와 한 타자 사구를 내주고 교체됐다. 그리고 2차전은 미출전 선수가 돼버렸다. 박진만 감독의 게임 구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었다. 5전3선승제에는 4명의 선발 투수가 필요하고,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최원태를 내는 듯 했는데 최원태가 1차전 '인생 경기'를 해버리며 삼성의 플레이오프행 일등공신이 됐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로 위기에 몰린 삼성이었는데, 2차전 선발로 나와 SSG전만큼 완벽한 투구를 다시 한 번 펼치며 삼성을 구해냈다. 이제 삼성은 홈에서 후라도-원태인 원투펀치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론적으로 삼성이 유리해졌다. 체력 이슈가 있겠지만, 선발 매치업에서 앞서고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올 정규시즌 홈경기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원태는 올해 70억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하기 전부터, 가을야구에 유독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히어로즈 시절에도 그랬는데, 2023년 우승 청부사로 LG 트윈스에 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최악의 경기를 하며 그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그리고 NC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쐐기를 박는 듯 했다. 미출전 선수는 선수에게 엄청난 굴욕이었다.

그런데 이틀 만에 다른 사람이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7일이었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9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최원태는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정신 무장을 했느냐고 묻자 "미출전 선수로 결정이 돼, 그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원태는 이어 "그간 가을야구에서 너무 못했다. 비판 들을 만 했다. 그래서 편하게 즐기자고 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