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최대 화두는 누가 뭐래도 '오타니 쇼헤이'다.
물론 오타니를 막지 않고서는 WS 정상에 오르기 어렵다는 전략적 이유도 있지만, 그가 토론토행 비해기를 탈 뻔했던 2년 전 FA 시장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9일(이하 한국시각) MLB네트워크 존 모로시가 자신의 SNS에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니가 오늘 토론토로 향했다. 오타니의 에이전시 CAA는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현재 오타니는 아직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그는 '오늘 오타니가 토론토로 출발했다는 부정확한 내용을 게시한데 대해 전세계 야구팬들에 사과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게재했다. 오보였다는 얘기다.
오타니는 토론토해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지만, 당시 정황은 그가 토론토와 계약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FA 투어 때 오타니는 토론토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인 플로리다주 더니든서 토론토 구단 수뇌부를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토론토의 오퍼가 다저스와 같았기 때문이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2023년 12월 15일 보도에서 '계약 구조가 다저스 구단의 빠른 승인을 불러왔다.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같은 조건을 다른 3팀에도 제안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토론토는 해당 조건에 동의했다. 오타니의 원소속팀인 LA 에인절스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발레로가 제안한 계약 구조란 널리 알려진 '10년간 총 7억달러인데, 6억8000만달러를 계약기간이 끝난 뒤 10년에 걸쳐 나눠 받는다'는 지급 유예 조항이다. 토론토도 7억달러를 줄 생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발빠른 다저스가 손을 내밀면서 '최종 3파전'을 주도한 오타니의 마음은 기울었다.
이듬해 4월 27일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로저스센터 원정을 갔을 때 토론토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오타니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FA 투어 당시 일련의 상황이 토론토 팬들에게는 희망 고문이었고 지금까지도 토론토 팬들이 마음에 담고 있는 아쉬운 장면들이다.
그런데 다저스 선수들 가운데 오타니 말고 토론토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선수가 또 있다. 바로 사사키 로키다. 사사키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마무리로 변신해 다저스의 뒷문을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다. 7경기에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마크 중이다.
올해 초 사사키는 포스팅 절차를 밟으며 선택의 단계에 접어들자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3파전'으로 압축했다. 이 가운데 샌디에이고가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종 단계에선 다저스와 토론토가 생존했다. 결국 사사키의 선택은 다저스로 사이닝보너스 65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토론토도 줄 수 있는 돈이었지만, 그가 다저스를 선택한 데에는 일본과 가까운 서부지역이라는 점,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팀이라는 점, 같은 일본 출신의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점, 선발 보직을 약속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MLB.com은 이날 '올해 월드시리즈를 정의할 수 있는 흥미로운 6가지 스토리라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타니와 토론토'를 첫 번째 이슈로 꼽았다.
그러면서 사사키에 대해 '토론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오타니 뿐만 아니라 사사키도 마주해야 한다. 토론토는 그가 다저스와 계약하기 전 파이널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며 '동시에 이번 시리즈는 블루제이스가 최근 놓친 거물급 FA들을 완전히 넘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우승으로 아픔을 씻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