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혐의 인정 안 해…법정서 상세히 설명"
'이첩 보류' 지시할 직권 있었는지 등 쟁점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승연 기자 =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 심사가 23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이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9시 47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수사외압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보직 해임과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조사본부에 대한 결과 축소 압력 등 일련의 과정에도 이 전 장관이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2023년 7월 31일부터 경찰에 이첩된 사건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한 8월 2일 사이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회수 지시를 시작으로 사건 전반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이날 구속심사에서는 사건의 출발점이 된 이첩 보류 지시를 놓고 이 전 장관에게 그럴 '직권'이 있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이 공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초동 수사 결과의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공모했다고 본다.
이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업무를 방해하고, 국방부검찰단이 사건 기록을 회수·이관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류관석·이금규·김숙정 특검보가 심문에 투입돼 약 1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구속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며,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는 수사 외압 관련 피의자 전체를 포함해 1천300쪽에 달한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와 격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이첩을 중단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지휘·감독권과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만큼 이첩 보류와 관련해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을 뿐, 자신도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방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영장실질심사도 오후 잇따라 열린다.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경찰로의 사건 이첩이나 회수, 박정훈 대령 항명 수사 등 단계별로 관여한 인사들이다.
김 전 사령관은 앞서 모해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바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청구다.
특검팀은 영장 심사에서 범행의 중대성과 사건 발생 뒤 주요 피의자들이 물적 증거를 없애거나 진술을 맞춘 정황 등 증거인멸의 우려를 강조하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수사 외압과 연계된 구명로비 의혹 수사 등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모든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수사에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출범 3개월 넘게 구속·기소 실적이 없는 빈약한 수사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수사 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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