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어차피 김서현이 살아나지 못하면 우승도 어렵다. 그러나 당장 1패면 끝이다. 지금 컨디션이 좋은 선수만 출전해야 하지 않나.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다. '무너진 마무리' 김서현 기용법이 논란이다. 어떻게 해서든 살려서 써야 한다는 입장도, 당분간은 휴식을 줘야 한다는 입장도 다 일리가 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가 바로 감독이다. 감독이 판단하고, 책임도 감독이 지면 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일단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올 시즌 한화를 '우승후보'로 격상시킨 21세 클로저 김서현이 하필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김서현은 2025시즌, 프로 3년차에 처음으로 마무리 보직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부터 차근차근 준비된 상황도 아니었다. 기존 마무리 주현상이 흔들리면서 김서현이 긴급 투입됐다. 김서현은 마치 원래 마무리투수였다는 듯이 처음부터 잘해냈다. 69경기 66이닝 2승 4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단 4개 뿐이었다.
정규시즌 막판 이상 징후를 노출했다. 1일 인천 SSG전 5-2로 앞선 9회말 2점 홈런 2개를 맞고 팀 승리를 날렸다. 18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세이브 상황에서 ⅓이닝 홈런 포함 3피안타 2실점 물러났다. 팀이 이겨서 다행이었다. 22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4-1로 앞선 6회말 동점 3점 홈런을 맞았다. 한화가 4대7로 역전패하면서 김서현에게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김경문 감독은 늘 김서현을 감쌌다. 정규시즌 중에도 "김서현이 아니었다면 한화가 이 위치(2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항상 옹호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 후에도 "공이 나쁘지 않았다. 맞다보니 위축되는 부분이 있는데, 공 자체는 좋았다. 5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올 거다"라고 신뢰를 유지했다.
이는 사실 '믿음의 야구'도 맞지만 고육지책에 가깝다. 어차피 김서현이 부활하지 못하면 한화의 우승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김경문 감독은 "문동주로 2경기 이겼지만, 문동주만으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와 필승조 한승혁과 김서현이 불안하다. 신예 황준서도 경험 부족을 노출했으며 불펜 변신한 엄상백도 믿고 쓰기 어렵다. 그나마 문동주 외에 김범수 박상원이 듬직하다. 신인 정우주가 오프너로 나와 제 역할을 잘해줬지만 홀드나 세이브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막아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1패도 용납이 안 되는 가을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나오는 투수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에 상위 시리즈에 올라가서 지치고 만다. 문동주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그런 맥락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염두에 둔다면 결국 김서현을 살려야 한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대승'이다. 6점 7점 앞선 비교적 편안한 상황에서 김서현이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물론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 상위 시리즈나 시리즈 후반까지 고려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판단은 감독 몫이다. 책임도 감독 몫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