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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나무아미타불 뷰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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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내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지난 23일 오후, 종로구 조계사 마당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네덜란드인 나비(27) 씨는 대웅전 건물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평일 낮임에도 경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50여명은 돼 보였다.
형식적인 화려함보다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 일상 속 쉼을 제공하는 사찰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 "진정되는 기분"…사찰에 푹 빠진 외국인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조계사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종로구 전체 세대 인기 관광지 4위(7.5%)를 차지했다. 1위 경복궁, 2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위 북악스카이 팔각정의 뒤를 이었다.
이날 조계사 마당에는 불경 소리 위로 낯선 언어들이 뒤섞였다.
'대웅전' 현판 아래 국화가 층층이 쌓인 계단 앞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단체 여행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뷰티풀(beautiful)"을 연발했다.
프랑스인 베로니크(46) 씨는 "아름답고 공기도 맑다"며 미소 지었다. 사찰에 오니 어떠냐고 묻자 그는 번역기 화면에 'apaisant(진정시키는)'라는 단어를 띄워 보여줬다.
폴란드 출신 마치예(27) 씨는 "책자에 조계사가 관광 명소로 나와 있어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서 왔다는 수잔(29) 씨는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는데, 꽃도 예쁘고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절이 주변 빌딩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감탄했다.
또다른 외국인은 '제15회 조계사 국화화엄축제' 문구를 배경으로 한국식 손 하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 홍대선원 "예약 항상 차…이용자 7할이 외국인"
도심형 템플스테이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서대문구 홍대 거리 안쪽에 위치한 '홍대선원(Just Be Temple)'은 전통 사찰은 아니지만, 숙박과 수행 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도심 속 명상 공간'이다.
입구에는 연등 접수 배너가 세워져 있고, 내부에는 은은한 차향과 함께 예불·다도·명상 프로그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침 식사가 비건식으로 제공되고, 외부 음식 반입도 비건식만 허용된다.
5층에는 다도 테이블과 좌복이 가지런히 놓인 명상실이 있다. 푸른 연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맞은편에는 병풍 앞에 약사여래불이 앉아 있다.

2021년 문을 연 이곳은 작년부터 홍대를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홍수민 홍대선원 스태프는 "이용자 중 7할이 외국인"이라며 "중국분들이 제일 많고, 미국이나 유럽분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절이라 예불이나 다도, 명상에 참여할 수도 있고 그냥 숙소로 머물 수도 있다"며 "예약이 항상 차 있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 주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인근 공연장에서 하는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숙소를 예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체 객실은 남성 19베드, 여성 25베드 규모다.

최우석 홍대선원 스태프는 "명상 프로그램은 20분 남짓 진행된다"며 "숙소에 머물면서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는 손님도 계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교를 강요하기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앤첼라(35) 씨는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성 한 명이 머물기에 안전하다고 해서 여기로 숙소를 선택했다"며 "숙소에 있는 동안 마음이 차분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전문사찰 31곳…"새로운 형태의 한국 문화 경험"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19년 7만여 명이던 외국인 참가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2021년 각각 7천 명 수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2022년 3만8천 명, 2023년 8만3천 명으로 급증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작년에는 7만8천 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3만7천 명을 넘어섰다.
전체 참가자의 약 90%는 외국인 전문사찰(31곳)을 통해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사찰로는 경주 골굴사, 양양 낙산사, 서울 봉은사·조계사, 평창 월정사 등이 꼽힌다.
골굴사는 '선무도 체험'으로, 낙산사는 '서핑 명상'과 같은 이색 프로그램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봉은사는 다선(茶禪)·사경·자개 공예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내세운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명상(자비수관, 가행정진)이며, 108배·염주 만들기·예불·사찰음식 체험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올해 사찰음식 체험은 작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24일 "국가유산청에 등록된 문화재 사찰이 많아 이를 관람하려는 방문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템플스테이 체험이나 사찰 음식 등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점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도 "템플스테이는 의복, 음식, 예절 등 한국의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외국인에게 새로운 형태의 한국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외국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외국인 전문사찰에 외국어 담당 운영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통역 인력이 없는 사찰에는 별도의 통역 인력풀을 연계해 지원하며, 관광통역안내사를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통역인력 양성교육'도 매년 하고 있다.
사업단은 아울러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외국인 특별 템플스테이'를 진행했으며, 오는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한국 불교문화를 알리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