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보고도 믿기지 않았던 가을의 이 장면. 삼성 라이온즈 '가을영웅' 김영웅의 연타석 스리런포로 삼성이 플레이오프 2승2패 균형을 맞춘 날.
한화 이글스와 팬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삼성은 물론 '가을 흥행'을 바라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중계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시즌 홈 관중 동원율 1위 삼성과 홈 관중 점유율 1위 한화의 시리즈가 가장 극적인 드라마로 흐르며 최종전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4,5차전 만원관중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었다. 하늘의 별 따기, 티켓 확보에 실패한 팬들이 브라운관 앞에 모였다. 중계 시청률이 대폭발 했다.
삼성이 김영웅의 홈런쇼 속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22일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SBS TV 전국 시청률은 무려 8.7%. 이 승부 여파 속 24일 대전으로 옮겨 치러진 최종 5차전 MBC TV 전국 시청률은 마의 10%(전국 10.1%)를 넘었다.
프로야구 생중계 시청률이 10%을 넘은 건 최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 '사건'이다.
최근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은 드라마, 예능 가릴 것 없이 대부분 단 자리 수치에 머물고 있다. 제법 큰 돈을 투입해 제작한 유명한 드라마도 10%를 넘으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무려 3시간이 넘는 야구가 두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경이로운 사건이다.
시청률은 방송시간의 평균 수치 기록인데, 오랜 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다는 뜻이다. 사상 첫 1200만 관중 돌파마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야구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
올시즌 1231만명의 관중을 기록한 프로야구는 현실적 조건 하에 동원가능한 최다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미국, 일본과 달리 3만석 구장이 없는 야구장 인프라의 수용능력을 감안하면 최대치다. 앞으로 현상유지나 오히려 줄어들 일만 남았다.
이 때문에 거대하게 폭발한 화산 같은 야구열기는 관중 수치 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야구장에 응원을 오는 팬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야구장을 오고 싶은데 매크로 등 불법 싹쓸이 '티켓 전쟁'에 밀려 현장을 찾을 기회가 없는 팬들은 야구를 중계로 볼 수 밖에 없다. 그 수치가 갈수록 점점 더 늘고 있다.
중계사들도 신바람이 났다. 시청률은 곧 광고수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즌 중 이미 지상파 쿼터를 소진한 방송사들은 별도로 지불하는 중계비용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부가 수익을 중계를 통해 얻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단기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중계권을 보유한 티빙의 유료 중계로 인해 TV중계에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도 호재다.
영화관에서 개봉작 상영을 멈추고 대형 스크린에 야구 생중계를 띄우는 응원전 티켓을 파는 현실. 이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유무선 중계권료 대폭 인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전망.
당장 내년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온라인 중계권 갱신부터 큰 폭으로 인상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