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강원과의 경기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날린 FC서울 공격수 문선민은 반성했고, 김기동 감독은 그런 제자를 다독였다.
문선민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파이널A 첫 경기(34라운드)에서 0-2로 끌려가던 후반 19분 교체투입해 린가드의 추격골(후반 27분)과 천성훈의 쐐기골(후반 추가시간 8분)을 어시스트하며 4대2 역전승에 기여했다. 후반 막판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소녀슛'으로 두 번이나 날린 장면은 옥에 티였다. 팀이 3-2로 역전한 후반 44분, 문선민의 린가드의 패스를 받아 순식간에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잡았다. 하지만 문선민이 날린 슛은 힘없이 굴러가 강원 골키퍼 박청효에게 막혔고, 후반 추가시간 8분 이번엔 김진수가 골키퍼를 피해 사실상 떠먹여준 골을 먹지 못했다. 문선민의 왼발슛은 강원 수비수가 골라인 앞에서 클리어링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만난 문선민은 팀의 시즌 첫 역전승에도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항상 나에게 좋은 찬스가 오는데 그런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전 경기, 전전 경기, 전전전 경기도 그렇고, 나름대로 집중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세밀해져야 할 것 같다. 김진수가 정말 좋은 패스를 내준 걸 살리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진수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줬다"라고 했다. 문선민은 "첫 번째 상황이 더 아쉽다. 더 세게 차면 어땠을까 싶다. 진수가 패스를 내준 상황에선 왼발로 차야 했는데, 왼쪽 발목이 좋지 않아 신중하게 갖다대야 한다는 생각으로 툭 찼는데 그게 좀 '소녀슛'처럼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앞서 린가드는 '크로스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문전을 향해 오른발로 감아찬 공이 양팀 선수를 모두 피해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문선민은 "그러니까 린가드가 월드 클래스 아닌가. 운이 좋으면 슛이 상대 선수 맞고도 들어간다. 하지만 운도 따르게 하려면 제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후반 추가시간 9분 천성훈의 데뷔골을 어시스트하며 어느정도 면죄부를 얻은 문선민은 빠른 속도로 벤치로 달려갔다. 김 감독에게 어필을 하기 위함인데, 김 감독은 장난스럽게 등을 돌렸다. 그런 다음 문선민을 와락 끌어안았다. 김 감독은 문선민에게 '그걸 못 넣으면 어쩌냐. 다음엔 꼭 넣어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사람은 다 주는 것 같지 않다"라고 조크한 김 감독은 "골이라는 건 자신감이 있으면 들어간다. 한데 선민이는 골이 안 들어가니까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상하이 선화전(0대2 패)에서도 슛을 안일하게 처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바꾸려면 슈팅 연습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선민이는 가볍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선민은 "훈련 때 더 집중을 하겠다"라고 답했다.
어려운 승부였다. 전반 11분 김건희에게 선제골을 내준 서울은 후반 7분 페널티킥으로 모재현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서울은 4경기 연속 선제실점했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역전승이 없던 걸 감안할 때, 매우 불안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후반 19분 린가드, 문선민 류재문을 동시에 교체투입한 후 경기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류재문은 2-2 팽팽하던 후반 34분 그림같은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갈랐다. 천성훈까지 네 명의 교체 선수가 4골을 합작했다.
김 감독은 "의미있는 경기였다. (사전 인터뷰에서)강원이 전반에 강하고 서울이 후반에 강하다고 했는데, 경기 준비하면서 강원이 스리백 빌드업 등 여러가지 전술을 가지고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반전은 힘싸움이 될 거라고 봤다. 후반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널티킥을 내준 게 큰 변수였고, 그걸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상대 약점을 선수 교체로 반전해 역전을 할 수 있었다. 올해 역전승이 처음이다. 선실점하고 따라간 적은 있지만, 역전승은 처음이다. 선수라는 건 90분 다 뛰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내가 의도한대로 가기 위해선 충분히 미팅하고 양해를 구하고 경기를 준비한다"라고 덧붙였다.
결승골의 주인공이 된 류재문에 대해선 "선수들에겐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다. 이번 득점은 자기를 선발로 내세워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좋은 분위기 만들어간다는 건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후반에 원맨쇼를 펼친 린가드에 대해선 "0-2 상황에서 린가드를 투입할 때 코치들이 놀랐다. 다른 선수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본 것 같다. 하지만 린가드는 항상 경기를 만들어고 마지막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다. '2-0 상황에서 늦게 투입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걱정없다'고 하더라.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후 원정팬 앞에서 메가폰을 잡은 정경호 강원 감독은 "후반에 실점하는 같은 패턴이 나온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메가폰을 잡고)팬들도 똑같은 마음 아니겠나. 우리보다 더 아쉬울 거다. '후반에 왜 이렇게 무너지냐. 한 발짝 더 뛰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피할 생각은 없다. 맞는 말이다. 그거에 대해 소통을 했다"라고 말했다.
팀이 파이널 A그룹에 진출한 이후에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원이 작년 준우승, 올해 상스 진출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팬들은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더 나은 경기력을 바라는 것 같다. ACL, 리그 분석하느라 요즈음 잠을 못 잔다. 그것과는 별개로 후반전 플랜, 대응이 부족한 용병술 등에 대해 더 심도있고 고민하고 선수들과 소통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