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K리그보다 일본 J리그에서 먼저 강등 '지옥문'이 열렸다.
지난 주말(25~26일)에 펼쳐진 2025년 J1리그(1부) 35라운드에서 두 팀의 J2리그(2부) 강등이 확정됐다. 최하위 알비렉스 니가타(승점 23)는 25일 17위 요코하마 F.마리노스(승점 37)가 5위 산프레체 히로시마(승점 59)에 3대0 대승을 거두면서 조기 강등이 결정 났다. J1리그가 잔여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마리노스와의 승점차가 15점으로 벌어졌다. 최대 18위까지밖에 못 오르는 상황에 놓였다. 20개 구단이 참가하는 J1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처럼 하위권 3팀(18~20위)이 자동 강등된다.
2018년 강등 후 2023년 다시 J1리그로 승격한 니가타는 6월15일 마리노스전 승리 후 15경기 연속 무승 늪에서 허우적대다 3년만에 다시 2부로 추락하고 말았다. 6월 말 소방수로 부임한 이리에 토루 감독은 35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진화에 실패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7명을 떠나보내고 7명을 영입하는 대대적 변화가 도리어 팀에 불안정성을 가미했다는 평가다.
나카노 유키오 구단 사장과 데라카와 요시토 훈련부장은 26일 니가타시 덴카빅스완 스타디움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의 35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나카노 사장은 "팀 강화와 조직 운영에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니가타는 우승 레이스를 펼치는 4위 고베(승점 62)와의 경기에서 2대2로 비기며 '고춧가루'를 뿌리는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26일엔 19위 쇼난 벨마레(승점 26)도 강등 고배를 마셨다. 개막 3연승으로 깜짝 선두를 질주하던 쇼난은 5월11일 도쿄 베르디전(2대0 승) 마지막 승리 이후 5월17일 요코하마FC(0대1 패)전부터 26일 아비스파 후쿠오카전(0대1 패)까지 내리 19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하며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3경기를 남겨두고 마리노스와의 승점차가 11로 벌어지며 추격이 불가능해졌다.
지난여름 수비수 스즈키 준노스케(코펜하겐), 공격수 후쿠다 쇼(브뢴비), 수비수 하타 타이가(신트트라위던)가 줄줄이 해외 진출하고, 주전 수문장 가미후쿠모토 나오토가 장기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 시달렸다. 20개팀 중 최다인 59실점을 했다.
2024년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쇼난으로 이적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 출신 수비수 김민태는 지난 8월 시미즈 S-펄스로 시즌 말까지 단기 임대를 떠났다. 13위 시미즈(승점 44)는 김민태의 안정적인 수비력을 바탕으로 잔류를 확정했다. 물론 원소속팀이 강등된 건 임대 선수 입장에선 '굿 뉴스'가 아니다.
역대급 위기에 휩싸였던 마리노스는 두 팀의 강등으로 극적인 잔류 확률이 높아졌다. 창단 첫 강등 위기에 직면했던 마리노스는 최근 2연승을 통해 3경기를 남겨두고 18위 요코하마FC(승점 32)와 순위를 뒤바꿨다. 현재 승점 5점차로 이르면 36라운드를 통해 조기 잔류를 확정할 수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마리노스에서 간판 공격수로활약한 오시마 히데오 감독이 지난 6월 부임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다. 마리노스에서 뛰는 '울산 출신' 아마노 준은 히로시마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며 3대0 대승을 뒷받침했다. 마리노스의 요코하마 라이벌 요코하마FC는 2024시즌 J2리그 2위 성적으로 승격한 뒤 한 시즌만에 다시 2부로 추락하게 생겼다.
2026시즌 J리그 전반기(2~6월)는 추춘제로 전환하는 2026~2027시즌에 대비해 승격과 강등이 없는 '백년 구상 리그'로 진행될 예정이다. J1은 각 10팀이 동서로 나뉘어 지역리그를 치른 뒤 동서리그의 같은 순위끼리 플레이오프 라운드를 거쳐 최종 순위를 결정하고 우승팀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을 부여한다. 니가타와 쇼난은 2026~2027시즌부터 J2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K리그1은 스플릿라운드 첫 경기인 34라운드까지 아직 강등팀이 결정나지 않았다.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 대구FC(승점 28)는 4경기를 남겨두고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1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35)와의 승점차가 7점이다. 대구는 26일 울산 원정경기에서 김주공의 전반 선제골로 앞서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이청용에게 극장 동점골을 허용해 1대1로 비겼다. 제주가 25일 수원FC를 2대1로 꺾고 11경기만에 승리하면서 승점차가 5에서 7로 늘었다. K리그는 12위가 다이렉트 강등되고, 11위는 K리그2 2위, 10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