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괜히 도루를 잘 잡는 게 아니었다.
SSG 랜더스 포수 조형우가 마운드에 섰다. 투수로서도 엄청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거듭났다.
지난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선수단의 이벤트 매치인 '섬곤전'. 야수들은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투수들은 야수로 타석에 서는 것은 물론, 수비까지 소화하며 팽팽한 맞대결을 펼쳤다. 포수는 안전을 감안해 구단 불펜 포수들이 출전했고, 심판은 운영팀 직원들이 맡았다.
어릴 때 '야구 신동' 소리를 듣고 프로까지 온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프로에 와서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포지션을 바꿔 뛸 기회가 거의 없다. SSG에서도 최정이나 김성현 처럼 일부 야수들이 팀 상황에 따라 투수로 등판하는 이례적인 케이스가 있었지만, 대부분 선수에게는 없는 경험이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오히려 신바람이 났다. 며칠 전부터 몸을 만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야구장에 나와 훈련을 하는 등 난리가 났다.
양팀 감독인 한유섬과 오태곤은 나름의 드래프트를 거쳐, 신중하게 선수를 선발했다. 섬팀의 선발 투수는 유격수 박성한, 곤팀의 선발 투수는 포수 조형우였다.
박성한은 "너무 설레서 잠을 못잤다. 저에게는 진짜 꿈의 무대다.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그 무대에 서게 돼 너무 기대가 된다"며 "며칠 전부터 웨이트도 열심히 하고, 투수에 맞춰서 운동 스케줄을 소화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해에도 같은 이벤트에서 투수로 나와 구속 135km를 찍었던 박성한은 이날 목표 구속을 140km로 정했다. 실제 목표치인 최고 140km를 달성했다. 꿈을 이뤘지만 상대 타자 한두솔(투수)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는 바람에 머쓱한 미소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고교 시절까지는 투수로 종종 등판했다는 박성한과 달리, 상대팀 선발 투수인 조형우는 "중학교 때 이후로 투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빼어난 2루 송구 능력을 자랑하는 강견의 포수. 투구에 대한 기대치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조형우는 "투수의 고충을 이미 조금 느끼고 있긴 한데, 내가 공을 받기만 했던 투수들의 마음을 한번 느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양팀 선발 투수들은 부상 방지를 위해 1이닝 씩만 던졌다. 다들 다소 아쉬워하는 표정. 그런데 조형우를 비웃게 만든 포부를 던진 이가 있었다. 바로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 조병현이었다.
SSG의 마무리 투수이자,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된 조병현은 이날 섬팀의 1번타자 '리드오프'로 나섰다. 그는 "형우의 공을 쉽게 넘겨서 홈런을 치겠다"고 도발했다.
조형우는 크게 비웃으며 "이거는 '노코멘트' 하겠다. 직접 보시면 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데, 답하기도 입이 아프다. 보시면 압니다. 지켜봐주세요"라고 답했다.
실제 성사된 대결에서는 조형우의 완승이었다. 1번타자 조병현을 아주 평범한 3루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다음 타자 문승원을 삼진, '불혹의 핫코너 3루수' 노경은까지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이날 조형우의 최고 구속은 무려 149km가 찍혔다. SSG는 시즌 실제 경기처럼 전광판을 운영했는데, 구속 역시 뻥튀기 할 수 없는 정직한 기록이었다. 조형우의 투구 때 149km가 찍히자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149km는 국내 투수들 절반 이상이 도달하지 못하는 수치. 이도류 조형우의 새로운 재능을 확인한 무대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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