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T바이오텍 이수재 대표 인터뷰
"FB-101 전임상 연구단계서 검증…해외 제약사와 기술 이전 논의"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FB-101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진행 전 과정에 관여하는 근본적 치료제입니다. 치료제가 없던 시장의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약물이 될 겁니다."
IPF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 FNCT바이오텍의 이수재 대표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항체치료제 FB-101이 목표로 하는 'CSF(콜로니 자극 인자)3'가 폐섬유증을 조절하는 것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검증을 마쳤다"며 "최근 해외 대형 제약사와도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이 폐에 콜라젠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이 상실되는 난치병이다. 진단 후 5년 뒤 생존율이 40%에 불과하고 폐 이식 외에 치료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IPF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61억달러(약 8조7천7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치료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화제 수준이고 부작용도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이 섬유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 및 하위 신호전달 물질들을 주 표적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면역 부작용 등 문제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FNCT바이오텍은 폐섬유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현되는 CSF3에 주목해 섬유증 진행 전 과정에 CSF3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CSF3가 TGF-β와 상호작용해 근섬유화를 일으켜 폐섬유증 진행에 역할을 하는 데다 근섬유 생성도 촉진하고, 콜라젠을 안정화해 축적을 돕는 역할도 하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세포와 쥐 실험에서도 CSF3를 억제하는 것으로 TGF-β를 조절할 수 있고, 콜라젠 생성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임상 연구 결과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에 실리며 CSF3 기전에 대한 학계 검증도 마쳤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특히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인 급성 악화를 모사한 쥐 모델에서도 FB-101이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기존 약들은 콜라젠을 녹여 없애는 데 주력한다면 우리는 근섬유화로 가는 걸 막아버리는 것"이라며 "원료도 줄이고 섬유화도 전체적으로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백혈구 일종인 호중구 분화에 관여하는 CSF3를 억제하면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최근 원숭이 실험을 통해 문제없음을 확인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과학적으로 인정됐다는 것"이라며 "성공하면 시장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출신인 이 대표는 방사선 유발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기초연구를 하던 중 데이터로 확인된 CSF3 기반 치료제의 높은 가능성을 보고 정년이 남았음에도 교수직을 그만두고 2021년 11월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 등과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
데일리파트너스의 시드 투자를 거쳐 올해는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창업 당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며 폐섬유증 치료에 대한 관심도 컸지만, 이후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 한파가 불며 어려움도 컸다고 이 대표는 회고했다.
이 대표는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과제, 창업도약패키지 등의 도움이 컸고 내년쯤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라이선스 아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섬유증은 골수 섬유증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전이 비슷한 만큼 다른 섬유증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신약들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종양 미세환경(TME)을 표적으로 하는 'ICAM-1' 항체의 삼중음성유방암(TNBC) 프로그램 등 고형암 항암제 신약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폐섬유증에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게 아니고 진행을 중단시키거나 치료하는 지금까지 없던 약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암 쪽에서도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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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