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 넘어갔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어디선가 돌연 '김잠실'이 나타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김잠실'은 홈런성 타구가 좀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는 잠실구장을 의인화 한 팬들의 별칭이다.
국내에서 가장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이 1차전 향방을 결정했다. 대구→인천→대전 등을 오가며 치러졌던 가을야구.
정규 시즌 1위 LG 트윈스가 기대리는 한국시리즈의 첫 무대는 바로 드넓은 외야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이었다.
홈런이 펑펑 터지던 기존 3개 구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득점 루트도 달라져야 했다. 불과 몇m 차이? 이런 게 아니었다. 라이온즈파크였다면 충분히 홈런이 됐을 타구가 외야수 글러브에 연신 들어갔다.
공격자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타구는 1회 문현빈의 중견수 뜬공이었다.
1회초 1사 1루. 초반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던 LG 선발 톨허스트가 2B1S에서 던진 139㎞ 커터가 한 가운데로 몰렸다. 플레이오프 0.444의 타율에 3홈런 10타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온 문현빈이 손쉬운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다. 강타해 중월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수비의 신' LG 중견수 박해민이 있었다. 전력으로 후진해 펜스 바로 앞에서 마지막 순간 점프하며 글러브에 공을 담았다.
1루를 돈 타자 문현빈이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2루 베이스를 넘어갔던 1루주자 손아섭이 전력으로 되돌아오던 순간. 빠졌다면 선제 타점에 1사 2루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노시환의 안타가 이어졌으니, 추가 적시타로 2-0으로 앞서갈 수 있었던 한화로선 무척 아쉬운 상황.
문현빈 타구의 비거리는 무려 126m였다. 가운데 펜스거리가 122m인 대구와 대전, 120m인 인천 모두 펜스를 살짝 넘어갔을 타구였다. 박해민의 호수비가 가능했던 건 '김잠실'이 펜스 앞에 벌어준 워닝트랙 공간 덕분이었다. 문현빈의 타구가 빠졌다면 KBO 무대에서 큰 경기를 처음 치르는 톨허스트가 당황해 무너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 벤치의 1차전 불안감도 최고조로 상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1회를 잘 넘어가면서 톨허스트도 LG 벤치도 급속도로 평화와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김잠실 효과는 3회 리베라토의 우익수 플라이, 4회 문보경의 중견수 플라이 등으로 양팀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1회 문현빈의 타구였다.
2025 한국시리즈 1차전의 승부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1차전에서 홈팀 LG 손을 들어줬던 김잠실씨. 2차전은 과연 어느 팀이 울고 웃을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