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번 엘 클라시코의 다른 이름은 '입 클라시코'다.
FC바르셀로나의 스타 공격수 라민 야말은 27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공개 저격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2007년생 야말은 25일 '킹스 리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레알을 '불평불만 많은 도둑' 취급을 하며 도발했다. 진행자가 자신의 팀을 레알에 비유하자 "맞다. 훔치고, 불평하고"라고 웃으며 답했다. "늘 심판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한 건 쉽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심지어 야말은 경기 당일 자신의 등 뒤에 흥분한 레알 서포터가 손가락 욕을 날리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앞서 바르셀로나가 엘 클라시코에서 4연승을 한 4경기 중 한 경기에서 찍힌 사진으로 추정됐다. 바르셀로나는 직전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4대0 대승했다.
레알 선수들은 언론 보도로 접한 야말의 패기 넘치는 발언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킬리안 음바페와 주드 벨링엄의 연속골로 2대1로 승리한 후 야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말과 같은 스페인 출신인 베테랑 풀백 다니 카르바할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야말을 향해 한 손으로 입 모양을 만들어 '넌 말이 너무 많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흥분한 야말이 정면으로 맞서며 양팀 선수, 스태프가 모두 모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장기 부상 중인 바르셀로나 공격수 하피냐까지 그라운드에 달려나왔다.
뒤이어 레알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와 야말, 벤치에 있던 레알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야말이 연이어 충돌했다. 현지 매체는 야말이 쿠르투아에게 '따로 밖에서 만나 제대로 붙자'라는 뉘앙스로 흔히 말하는 '현피'를 제안했고, 비니시우스가 격앙된 표정으로 '지금도 떠들어봐'라고 쏘아붙였다고 보도했다. 비니시우스는 야말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으나, 레알 스태프의 저지에 막혔다.
이날 1골 1도움을 펼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레알 미드필더 벨링엄은 개인 SNS를 통해 "말은 쉽지"(Talk is cheap)라고 적으며 야말을 우회 저격했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줬어야 한다는 뉘앙스다. 바르셀로나 주장 프렌키 데 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카르바할의 행동을 두고 "팀 동료라면 따로 사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야말의 부친 무니르 나스라우이는 개인 SNS에 "우리 아들은 이제 18살이야. 바르셀로나에서 보자"라고 적으며 레알을 향한 도발을 이어갔다.
야말은 이날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출전해 90분 풀타임 뛰었으나 생애 첫 엘 클라시코에 나선 레알의 레프트백 알바로 카레라스에 꽁꽁 묶여 별다른 퍼포먼스를 발휘하지 못했다. 2개의 슈팅 중 유효슛은 없었고, 총 22번 볼 소유권을 잃었다.
반면 레알에서 야말과 비슷한 역할을 맡는 비니시우스는 후반 27분 '논란의 조기 교체'가 되기 전까지 시종일관 바르셀로나의 측면을 뒤흔들었다. 왼쪽 크로스로 벨링엄의 결승골 기점 역할도 했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비 알론소 레알 감독은 음바페를 원톱으로 두고 벨링엄, 아르다 귈러, 비니시우스로 공격 2선을 꾸렸다. 에두아르 카마빙가와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중원을 꾸리고, 페데리코 발베르데, 에데르 밀리탕, 딘 하위선, 카레라스로 포백을 구성했다. 쿠르투아가 골문을 지켰다.
이에 맞서는 한지 플릭 바르셀로나 감독은 페란 포레스를 공격 선봉으로 세우고 야말, 페르민 로페스, 마커스 래시포드에게 공격 2선을 맡겼다. 데 용과 페드리가 중원 듀오로 나서고, 쥘 쿤데, 파우 쿠바르시, 에릭 가르시아, 알레한드로 발데가 수비진에 늘어섰다. 보이치에흐 슈쳉스니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레알이 전반 22분 선제골로 앞섰다. 음바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벨링엄의 침투패스를 건네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자신의 리그 11호골을 폭발했다. 바르셀로나는 38분 래시포드의 패스를 받은 로페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5분 뒤 벨링엄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비니시우스의 높은 크로스를 골 에어리어 우측에 있던 밀리탕이 헤더로 패스했고, 벨링엄이 노마크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벨링엄은 두 팔을 쫙 펼치는 전매특허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기대득점은 3.63대1.03로 레알이 앞섰다. 후반 7분 음바페가 페널티킥을 넣었다면 더 큰 점수차로 이길 수 있었다. 비니시우스는 후반 27분 호드리구와 교체하라는 지시에 두 팔을 펼쳐 온몸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감독과 눈도 안 마주치고 곧장 터널로 향한 지 8분 후에야 벤치로 돌아왔다. 알론소 감독은 "오늘은 좋은 것만 이야기하고 싶다. 추후에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페드리는 후반 추가시간 10분 태클 반칙으로 경고누적 퇴장했다.
엘 클라시코에서 5경기만에 승리한 레알은 이날 승점 3을 획득해 9승1패 승점 27로 2위 바르셀로나(승점 22)를 5점차로 따돌리고 라리가 단독 선두를 공고히 했다. 승자가 많은 걸 얻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