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아람 기자] 2년 전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리허설 도중 400kg이 넘는 무대 장치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 고(故) 안영재(30)씨가 장기간 투병 끝에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안영재 씨를 추모하며, 공연계 안전 강화와 예술인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 따르면 고 안영재 씨는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 공연 리허설 중 400kg이 넘는 무대 장치에 깔려 척수 손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장기간 치료를 받던 고 안영재 씨는 지난 21일 통증 치료약 부작용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고 안영재 씨는 프리랜서 예술인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으며, 억대의 병원비를 직접 부담하는 동시에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예술노동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단기 계약, 용역 계약 형태로 근무하며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성명서를 통해 "예술인 산재보험을 의무화하고,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과 공연법에 공연예술인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공연계 전반의 안전망 부재 문제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최근에도 세종시 공연장에서 무용수 2명이 추락해 한 명이 중상을 입는 등 유사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국회에서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종오 의원은 "2022년에는 소품이 떨어져 출연자가 다치고, 스피커 낙하로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있었다"며 "공연장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연예술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에 불과하다. K콘텐츠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공연 현장의 안전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범부처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공연 예술인의 안전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