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어느 팀보다 아팠던 2024년 11월의 기억, 창단 이후 첫 2부 강등이라는 쓰라린 상처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찬란한 승격의 영광과 함께 아물었다. 무기력하게 저물었던 '잔류왕'의 명성을 '승격왕'이라는 타이틀로 바꿔달며, 화려하게 K리그1 복귀를 확정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어떻게 K리그2 최강 팀이 되었을까.
2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 인천과 경남FC의 맞대결, 인천은 제르소 무고사 바로우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3대0 완승을 거뒀다. 승리와 함께 인천(승점 77)은 2위 수원삼성(승점 67)과의 격차를 10점으로 벌리고 남은 3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K리그2 강등 이후 단 한 시즌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한 역대 6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발 빠른 시작이 중요했다. 인천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직후 곧바로 구단 쇄신을 위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인천의 체질 개선 및 쇄신안, K리그1 승격 및 중장기 전략방안, 구단 경영 평가, 감독 평가항목, 지향 목표, 구단 조직 평가 및 개선안 등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1년 안에 승격, 2년 만에 상위 스플릿, 3년 안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클럽대항전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1-2-3' 프로젝트가 나오며 인천은 중장기적 계획에 돌입했다. 팀 계획을 이끌 적임자인 윤정환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한 후 전력 보강에도 힘썼다. 주축인 무고사 제르소를 붙잡고, '전 프리미어리거' 바로우까지 품었다. 주장 이명주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친 선수단은 단숨에 K리그2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수원과 함께 '우승 후보 2강'으로 꼽힌 인천은 기대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질주를 시즌 초반부터 선보였다. 1로빈부터 K리그2 13팀을 긴장시켰다. 11승1무1패, 독보적인 경기력이었다. 4월 13일 선두 등극 이후 단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우승까지 달렸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경섭 문지환 이동률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고, 핵심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늘어갔다. 27라운드부터 이어진 10경기 동안 인천은 4승4무2패로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의 전진을 누구도 막지 못했고 결국 우승까지 도달했다.
중심에는 팀의 색을 완전히 바꾼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이 자리했다. 현역 시절 '꾀돌이'라는 별명으로 활약했던 윤 감독은 J리그와 K리그 여러 구단을 두루 거쳤고, 지난 시즌 강원을 이끌고 구단 역대 최고 순위인 2위에 오르며 K리그1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한 명장이었다. 파격적으로 K리그2로 향했다. 윤 감독은 이미 승격 청부사로서의 능력을 갖춘 인물, 2011년 사간 도스에서 J2(2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해 감독 부임 첫 해 만에 구단 역사상 첫 승격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인천에서도 그간 차곡히 쌓아둔 윤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K리그2 흐름에 어울리는 전술 계획을 준비한 윤 감독은 수비 위주의 축구를 선보이던 인천을 높은 수비 라인, 강하고 체계적인 압박, 위협적인 공격 시퀀스를 갖춘 팀으로 바꿨다. 박승호 박경섭 최승구 등 특유의 유망주 발굴 능력도 빛났다. 시즌 막판에는 흔들리는 팀을 다잡으며 "나부터 정신차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솔선수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선수단도 윤 감독 지휘하에 주장 이명주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쳤다. 이명주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팬분들께 승격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행복하고,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믿고 따라준 선수들과 부주장단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며 "감독, 선수, 코치진, 스태프까지 모두 하나되었기 가능했다고 본다. 최고참인 (신)진호형부터, 외국인 선수들도 항상 팀을 위해 솔선수범했다. 감독님과 코치진도 밝고 좋은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게 신경 써주셨다. 전술적인 부분도 항상 개선되고 발전되도록 노력하셨다. 이런 부분이 모여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건도 인천 대표이사는 우승의 주역으로 구단의 모든 인원들을 칭찬하며, 특히 팬들의 응원을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조 대표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코칭 스태프, 선수단, 직원들까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우리 서포터즈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홈뿐만이 아니라, 매 경기를 다니며, 멀게는 광양, 부산까지 쉬는 날도 마다하지 않고 응원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기차타고, 버스타고 내려와서 항상 응원해준 덕분에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은 올 시즌 K리그2 최고 수준의 응원 열기를 자랑했다. 강등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팬들의 마음은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경기장에서 선수들 곁을 지켰다. 36라운드까지 홈 평균 관중은 무려 1만244명, 수원에 이은 K리그2 2위 기록이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인천은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나아갔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 인천은 구단, 코치진, 선수, 팬이 단단히 뭉치며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났고 승격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일궈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