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황당 발언으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문 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근 K리그에서 이어지고 있는 오심 때문이다. 문 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국민의 힘 김승수 의원은 최근 일부 오심 사례를 영상과 통계로 제시하며, K리그 판정 논란을 조목조목 짚었다.
압권은 3일 열린 제주SK와 전북 현대전에서 나온 페널티킥 오심 장면이었다. 당시 제주 수비수 장민규가 전북 공격수 전진우의 발을 걸었지만, 이동준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해당 장면을 영상으로 틀며 "페널티킥으로 판정하기 어려운 장면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황당한 발언이었다. 해당 장면은 이미 심판 패널 회의를 통해 명백한 오심으로 결론이 났다. 공식 발표까지 했다. 오심 인정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심판위원회는 "VAR 또한 주심과 같은 견해로 판단하였기에 주심에게 온필드리뷰 권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VAR을 보고도, 이 정도의 장면을 놓쳤다는 것은 심판들의 퀄리티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개를 숙여야 할 문 위원장은 사과 대신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해당 장면을 보고 "축구를 잘 모르지만 (페널티킥을)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할 정도였다. 하지만 K리그 심판 구성원 전체를 대표해 국민 앞에 선 문 위원장은 스스로 인정한 오심을 '주관적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모순적 답변으로 또 한번 팬들을 실망시켰다.
김 의원은 곧바로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하니 계속해서 오심이 나오는 거다. 오심이 반복되고 있어 축구 팬들의 심판에 대한 불신,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한가한 소리가 나오나"라며 "탁구만 한 유승민 회장도 '페널티킥으로 보인다'고 말하는데, 축구를 오래 봐온 사람이 (판정하기) 애매하다고 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K리그의 판정 불신은 임계점을 넘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K리그 오심이 지난해 28건에서 올해 79건으로 늘었으며, K리그1의 경우엔 8건에서 34건으로 증가했다. 김 의원은 "오심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미한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알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오심을 한 심판에 대한 비정상적인 징계, 특정 여성 심판을 올리기 위한 인사 의혹 등도 거론했다. 문 위원장은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 답변에 대해 위증으로 고발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K리그 팬, 국민께 죄송스럽다. 지난해 까지는 오심을 오심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부임한 이후 오심과 정심을 또렷하게 구분하고 싶었다"며 "내년에는 K리그 오심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