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9이닝 105구 완투를 한 투수가 하루 쉬고 다시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리빙 레전드' 클레이튼 커쇼 조차 "믿기지가 않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LA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8회 혈투를 펼친 끝에, 18회말에 터진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으로 6대5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 우승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이날 경기는 정규 시즌 9이닝을 사실상 두번 치렀다. 7회 이후 양팀의 추가 득점이 멈췄고, 불펜 총동원이 펼쳐지면서 무제한 연장으로 흘렀다.
끝장 승부로 펼쳐지는 월드시리즈는 어느새 15이닝, 17이닝을 지나 18이닝까지 향했다. 그런데 18회 도중 믿기지 않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불펜에서 공을 던지며 몸을 풀고 있는 다저스의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였다. 이날 다저스는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4⅔이닝 만에 내려간 후 불펜 투수 9명을 소진한 상황. 마지막 투수 윌 클라인은 무려 4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19회까지 가게 되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야마모토의 불펜 피칭은 19회를 대비한 카드로 보였다.
놀라운 점은 야마모토가 바로 이틀전인 26일 토론토 원정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 9이닝 1실점 105구 완투승을 거뒀다는 사실. 토론토에서 LA까지 이동 시간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반나절 쉬고 야구장에 나온 완투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도 "스스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이틀 전에 완투를 했는데 말이다. 그것도 대륙 횡단을 한 상황이다. 새벽 4시에 도착했는데, 던질 수 있다고 말하니까 놀라웠다"고 했다.
경기 후 선수단 미팅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선수들 앞에서 야마모토를 언급하며 "이것이 우리의 힘이다"라고 이야기해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후문.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한 야마모토는 "이제 투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컨디션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을 풀었다"면서 "처음에는 감독님이 좋다고 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몇 년이나 이런 상황들을 연습해왔다. 월드시리즈에서 완투하고 이틀 후 던질 수 있는 몸이 돼있는 사실에 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고, 트레이너가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한 것 같다"며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게끔 도와주고 있는 전담 트레이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후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 야마모토는 다저스와 12년간 3억2500만달러(약 4665억원)에 초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도 보였지만, 올해는 크고 중요한 경기에서 더욱 강한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