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8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인 월드시리즈(WS) 3차전은 연장 18회에 승부가 갈리면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다저스는 5-5로 맞선 18회말 선두 프레디 프리먼이 토론토 좌완 브렌든 리틀의 한복판 싱커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면서 6시간 39분에 걸친 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6대5로 짜릿한 승리를 따낸 다저스는 시리즈를 2승1패로 뒤집었다.
LA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11분에 시작된 경기는 밤 11시50분에 끝났다. 가까스로 날을 넘기지는 않아 '1박2일'은 면했다. 하지만 경기 후 승리 세리머니와 공식 인터뷰 등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 시각은 새벽 2시를 넘겼다.
프리먼은 이날 경기를 이렇게 총평했다. "(곧 다가올 오늘밤)우리 선발투수가 오늘 밤 9번이나 출루했답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29일 오전 9시, LA 시각으로 28일 오후 5시 월드시리즈 4차전에 선발등판한다. 이를 두고 프리먼이 연장 18회 승부를 '요약'한 것이다.
연장 18회 승부는 2018년 월드시리즈 3차전과 함께 역대 월드시리즈 최다 이닝 기록이다. 포스트시즌을 통틀어도 다른 4개의 경기와 함께 최다 타이 기록이다. 5경기 모두 연장 18회에 홈런이 터져 승부가 갈렸다는 게 이채롭다. 2005년 디비전시리즈 4차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크리스 버크, 2014년 디비전시리즈 2차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브랜든 벨트, 2018년 월드시리즈 3차전 다저스 맥스 먼시, 2022년 디비전시리즈 3차전 휴스턴 제레미 페냐도 연장 18회에 홈런을 날렸다.
이날 양팀은 19명의 투수를 써 포스트시즌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세웠다. 투구수 609개는 2000년 이후로는 최다 기록이고, 경기 소요시간은 2018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 잔루 37개는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오타니도이날 3차전서 숱한 기록들을 쏟아냈다.
MLB.com은 이를 '오타니 쇼(Ohtani show)'로 정리했다.
▶오타니는 9번 출루해 포스트시즌서 한 경기 최다 출루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6번이다. 한 경기 9출루는 정규시즌서는 3차례 있었다. 1942년 8월 10일 스탠 해크, 1932년 7월 11일 쟈니 버넷, 1922년 7월 8일 맥 커리 등이다.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한 경기에서 장타 4개를 날린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190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프랭크 이스벨이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서 2루타 4개로 4장타를 기록한 바 있다.
▶오타니는 단일 포스트시즌서 멀티 홈런 게임을 3차례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WCS) 1차전서 2홈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서 3홈런, 그리고 이날 2홈런을 쏘아올렸다.
▶오타니는 단일 포스트시즌서 12루타 이상의 경기를 두 차례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날은 홈런과 2루타를 각 두 방씩 터뜨렸다. 3홈런을 몰아친 NLCS 4차전서도 12루타를 마크했다. 포스트시즌 커리어로 따지면 베이브 루스(1926년 WS 4차전, 1928년 WS 4차전)도 두 차례 12루타 이상의 경기를 벌였다.
▶오타니는 4개의 장타를 터뜨린 뒤 5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4개는 고의4구였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4개의 고의4구는 오타니가 최초다. 특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3번을 '공짜'로 걸어나갔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2차례 이상 '무(無)주자' 고의4구도 처음이다.
▶오타니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8번의 고의4구를 기록해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고의4구 부문서 2011년 앨버트 푸홀스와 타이를 이뤘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2002년 배리 본즈의 13개다.
▶오타니는 이번 가을야구서 8홈런을 때려 다저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다. 2020년 코리 시거가 포스트시즌 18경기에서 8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동 2위.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은 2020년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 랜디 아로자레나가 친 10개다. 오타니의 경우 8홈런 모두 1번타자로 쳐낸 것이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이날 가장 고생한 선수는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가 아닐까 한다. 그는 18이닝 내내 포수 마스크를 쓰고 공을 받아냈다. 다저스 투수들이 312개의 공을 던졌으니, 최소 312번 앉았다 일어났다는 얘기다. 시즌 막판 오른손 미세 골절로 한 달 가까이 쉰 스미스는 DS 1차전부터 출전했다. 그는 특히 DS 3차전부터 이날 월드시리즈 3차전까지 9경기 연속 전이닝 수비를 했다.
반면 토론토 선발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는 연장 12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타일러 하이네맨으로 교체됐다. 2018년 월드시리즈 3차전서도 양팀 포수는 모두 경기 도중 교체됐다. 즉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이닝 수비 기록은 스미스의 몫이라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