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는 오랫동안 교착 상태였던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힘입어 4,100선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늘 부산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투자심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간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글로벌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한 상황은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0.74포인트(1.76%) 오른 4,081.15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1.27% 오른 4,061.54로 출발, 장중 한때 4,084.09까지 상승하는 등 4,000선 돌파 후 2거래일 만에 4,100선까지 가시권에 넣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기관이 홀로 6천412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천224억원과 3천61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중에서는 금융투자가 1조387억원을 순매수했고, 연기금은 3천12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간밤 뉴욕 증시는 연준이 올해 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흔들리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30포인트(0.00%) 내려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0.55% 상승,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의 강세와 '인공지능(AI) 버블' 우려 완화 등에 힘입어 강세로 출발했으나,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을 보였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이 12월 연준의 추가금리 인하를 예상 중인 데 대해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이와 관련해 "오늘 회의에서 위원 간 강한 견해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며 유동성 랠리를 펼치던 시장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에 금리 선물시장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91%로 보고 있던 12월 미 기준금리 추가 인하 확률을 이날 장 마감 무렵에는 66%까지 낮춰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엔비디아가 2.99% 올라 사상 처음 시가총액 5조 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반도체와 기술주는 강세를 이어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국채금리 상승이 확대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주식시장은 매물 소화가 지속됐지만 (조만간 발표될) 대형 기술주 실적에 주목하며 낙폭을 축소, 영향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들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 대부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2.59% 급등했고, MSCI 신흥지수 ETF도 0.57%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85% 상승했고, 러셀2000 지수는 0.87% 내렸으나, 다우 운송지수는 0.19% 올랐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0.58% 상승했다.
그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던 달러/원 환율도 야간시장에서 전장보다 16.70원 급락한 1,42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1,420원대로 내려왔다.
전날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품목별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에 관해서도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 됐다.
쟁점이었던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현금투자액을 총 2천억 달러로 설정하면서 한국 측이 제시해 온 최대치인 '연간 200억 달러 한도'를 못 박았고,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1천500억 달러도 합의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건조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에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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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