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발견되는 발암성 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2028년까지 수돗물 수질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2018년 낙동강 정수장에서 검출된 바 있지만, 아직 먹는 물에서 수질감시기준을 초과한 적은 없다. 다만 미국·일본 등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모니터링 대상을 전국 정수장으로 확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대응 전략 포럼'을 열었다.
과불화화합물은 탄소와 불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인공합성 화학물질로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죽지 않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있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 등이 쉽게 스며들거나 오염되는 걸 방지하는 특성이 있어 아웃도어 제품, 프라이팬, 반도체나 페인트, 왁스, 복사기 등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과불화화합물은 인체 내에 쌓이면 신장암·고환암 등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다. 호르몬 교란이나 간기능 손상, 임신·태아 등 인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앞서 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낙동강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 중 하나인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은 과불화화합물 3종에 대해 먹는 물 수질감시기준을 설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까지 현행 수질감시기준인 L(리터)당 70나노그램(ng·10억분의 1g)을 초과한 사례는 없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과불화화합물 관리를 위해 수돗물 수질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31년부터 PFOA와 PFOS 농도 기준을 각각 L당 4ng으로 적용한다. 일본은 PFOA와 PFOS를 합해 L당 50ng으로 강화한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과불화화합물 20개 항목의 합계 기준치를 L당 100ng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2028년까지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수돗물 수질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과불화화합물 분석법을 현재 L당 5ng에서 L당 1ng으로 고도화하고, 수돗물 모니터링 대상을 대규모 정수장(101개)에서 전국 모든 정수장(427개)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2026년 예산안에 '상수도 과불화화합물 대응 기술개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으로 37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 384억원을 국비 지원할 예정이다.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과불화화합물 관리와 같이 사전 예방에 초점을 둔 정책은 정부·지자체·학계·산업계 등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거버넌스를 통해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지향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과불화화합물 수질기준 강화 계획은 먹는 물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선진 정수처리기술이 수반돼야 하는 동시에, 현장의 여건도 고려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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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