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 6~7차전 등판을 자처하고 나섰다.
오타니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직후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가느냐에 달린 얘기인데, 어떤 경기가 됐든 내가 필요할 수 있다면 기꺼이 준비하고 싶다"며 "어제(3차전)처럼 연장까지 가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 경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때라도 던질 준비가 돼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이날 4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4실점해 패전을 안았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았고, 7회에도 등판해 첫 두 타자에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2,3루에 몰린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후속 앤서니 반다가 적시타 등을 내줘 실점이 4개로 늘었다.
다저스는 앞서 3차전에서는 연장 18회, 6시간 39분의 혈투 끝에 6대5로 이겼지만, 불펜투수 9명을 모두 소진했다. 연장 경기, 또는 박방의 경기가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가 구원등판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상의된 것은 아니다. 오타니는 이를 일본 매체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SPN은 '오타니는 4차전 패전투수가 된 뒤 일본 미디어에 필요하다면 6,7차전서 불펜 등판을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로버츠 감독은 그 가능성에 관해 오타니와 얘기한 것은 없지만,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30일 5차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6차전, 길게 가면 7차전에 관해 말하자면, 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지켜볼 것"이라며 오타니의 구원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서 오타니를 불펜으로 활용하는 안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포스트시즌서 4명의 선발투수가 필요한데, 오타니가 포함돼야 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2년 가까운 피칭 재활을 마치고 지난 6월 복귀해 선발로 14경기에서 47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14, 62탈삼진을 올리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른바 '오타니 룰'과 관련해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가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면 경기를 끝까지 던져야 타석에 계속 나설 수 있어 '오타니를 타자로 계속 쓰고 싶어하는' 로버츠 감독은 이후 투수 교체를 하기 어렵다. 결국 오타니를 마지막 투수로 써야 하는데 이는 기존 마무리 사사키 로키의 보직과 겹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오타니가 사사키 대신 마무리 나서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번도 구원등판한 적이 없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의 결승에서 9회 마무리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린 게 강한 인상으로 남은 이유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4차전까지 2승2패로 균형을 이뤄 무조건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6차전이 열린다. 오타니는 더 이상 선발등판할 일이 없다. 다저스 로테이션은 5차전 블레이크 스넬, 6차전 야마모토 요시노부, 7차전 타일러 글래스나우 순이 된다.
로버츠 감독은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말이 되는 얘기다. 확실하게 말하지만 오타니가 불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