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원주 DB 이정현(38)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함이다. 성격도 마찬가지다. 큰 기복이 없다.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지난 9월 DB 일본 삿포로 전지훈련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에서 "이제 개인 목표는 없다. 팀이 정말 우선이다. 일단 민폐를 끼치지 않고 내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DB 김주성 감독은 "이정현이 들어오면서 팀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 비시즌 코트에서 흥분하던 이선 알바노의 '멘탈 케어',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는 신예 김보배의 동선을 깨알같이 조언한 선수가 이정현이다.
그는 금자탑을 썼다. 전무후무한 70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700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 자체가 성실함을 완벽하게 입증한다. 2위 이재도가 507경기 연속 출전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재도가 4시즌을 더 부상없이 뛰어야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다.
이정현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2순위로 안양 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입단했다. 15시즌 째다. 9시즌 54경기를 뛰었고, 상무와 대표팀 차출 외에는 모든 경기를 뛰었다.
그의 내구성과 정신력은 강력하다. 웬만하면 부상을 당하지 않고, 가벼운 부상은 신경쓰지 않고 출전을 강행하는 게 일상이다.
그와 전화 연결이 닿았다. 의외로 담담했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KBL 리그 한 시즌이 54경기다. 54경기를 모두 뛰는 게 연봉값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나만의 책임감"이라며 "농구는 팀 스포츠다. 나만의 욕심으로 출전 기록을 이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 깨질 지 모르지만, 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강한 인내심과 꾸준함이 있어야 하는 대기록이다. 자칫 깨질 뻔하기도 했다.
그는 "KCC로 이적한 뒤 연습경기를 하다가 무릎을 다쳤다. 당시 전치 8주가 나왔는데,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즌이 6주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는 젊어서 재활이 빠르게 됐다. 회복이 빨랐고, 빨리 복귀하자는 마음밖에 없었다. 출전 기록은 신경쓰지 않았는데, 기적적으로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때가 700경기 중단의 가장 큰 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나이로 39세다.
이정현은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면서 회복이 느리다. 하지만, 그때마다 감독님들꼐서 배려해 주시고 운동량도 조절해 주신다. 지도자 분들과 팀 트레이너가 다 같이 만든 기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정현은 "솔직히 모르겠다. DB에서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고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팀에 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기록에 연연하다 보면 부담감 가지게 되고 의식하게 된다"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한다"고 했다.
이정현은 항상 대기록의 비결에 대해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그만의 비결이 있을까. 이정현은 한참을 생각하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몸관리 루틴도 있긴 하다. 경기 전, 후에 웨이트는 꾸준히 한다. 제 나름의 파워존 운동이 있다. 복근, 엉덩이, 허리 등을 강화하는 바디 밸런스 운동"이라고 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