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마켓人] "자본시장 정책 신뢰 있는 한 코스피 호재 잇따를 것"

by


서유석 금투협 회장 "국민연금 퇴직연금 진출 반대…비효율에 위험 커"
"모험자본 공급에 중소 증권사 역할 커…자금 조달 지원안 마련해야"
"가상자산 ETF 안 할 이유 없다"…재선 도전 여부는 "계속 고민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금융투자협회의 서유석 회장은 최근 한국 증시의 이례적 호황과 관련해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적 신뢰만 있다면 코스피는 앞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 계속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지난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피 5,000이 6개월 또는 1년 만에 이뤄질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이처럼 강조했다.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대표 단체다. 서 회장은 2023년 취임 이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타파와 금투업계 혁신 등의 작업을 이끌어왔다.
서 회장은 "작년 2월부터 기업 및 자본시장 밸류업(가치제고)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지만, 회의적 시각도 많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안 없애면 한국은 후진적 시장이 될 수밖에 없어 노력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끌고 온 것이 좋은 기회를 맞아 꽃을 피워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 회장은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에 대해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히고자 또 다른 옵션으로 기금화를 도입하는 것은 괜찮지만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전했다.
퇴직연금은 여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운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며, '제2의 국민연금'처럼 초거대 퇴직연금 펀드를 만들면 비효율적이고 손실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 자본' 업무에 관해 중소 금융사가 소규모 업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 증권사 등이 이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의 유명 금융 상품인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순탄한 국내 도입을 전망하며 "이미 외국에서는 상품이 다 나와 상장된 만큼 가상자산 ETF의 도입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올해 말 임기(3년)가 끝난다. 그는 연임 도전에 관한 질문에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다음은 서 회장과의 일문일답.

--디딤펀드가 출범 1년을 맞았는데 현 성과를 어떻게 보는가
▲ 한국 시장은 변동성 폭이 큰데 디딤펀드는 여기서도 꾸준한 우상향 안정성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익률 성과는 예상보다도 좋다. 지금같이 시장이 불리쉬할 때(활황일 때)는 다들 많이 액티브하게 주식 위주의 공격적 투자를 한다. 디딤펀드는 반면 시장 조정기에 가치가 크다. 퇴직연금은 원금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액티브 투자와 디딤펀드의 균형을 잘 맞춰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내년이면 도입 10주년이다. ISA 관련해 꼭 필요한 과제는 뭔가
▲ 현재 ISA는 만 19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18세 이하 즉 청소년·아동을 위한 주니어 ISA 제도가 꼭 필요하다. 부모나 조부모가 가진 돈을 빨리 젊은 세대로 이전시켜야 돈의 흐름이 활발해지고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0세부터 18세 ISA가 도입되면 금융교육 효과도 크다. 어릴 적부터 ISA로 펀드 사주고 주식도 넣어주고 하면서 저절로 금융 관련해 관심을 갖게 된다. 주니어ISA 쓰다가 19세 되면 ISA로 바꾸고 나중에 은퇴할 때가 되면 연금계좌로 가는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어떻게 보는가
▲ 원금 보장형에 묶여 있는 돈을 어떻게 잘 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지금도 디폴트 옵션, 로보 어드바이저(AI 퇴직연금), 배당 실적 투자 등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 기금형이 무조건 고수익이 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기금형 찬성하는 이들도 이 질문에는 대답을 못 한다.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기금형을 또 다른 옵션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본다. 단 국민연금이 운용에 참여하는 것은 절대 반대다. 국민연금과 퇴직 연금은 성격이 다르다. 국민연금은 수익이 나든 안 나든 지급 금액이 정해져 있고 모자라면 국민 세금으로 보충할 수 있다. 퇴직 연금은 그럴 수 없다.
퇴직 연금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분산 운용하는 것이 옳다. 개인 운용도 하고, 기금형도 선택하고, AI도 쓰자는 것이다. 국민연금형 방안은 국민을 하나의 펀드에 넣자는 것인데 이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하다. 전 국민이 같은 포트폴리오를 갖게 하자는 것인데, 이 펀드가 성적이 나빠지면 큰 문제가 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현황과 과제는 무엇인가
▲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통해 증권사가 자금 조달 토대를 확보하고 이를 부동산 투자가 아닌 모험자본 투자에 쓰도록 만드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단 중소기업 단위에서는 작은 자금이 오가기 때문에 대형사가 커버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자산운용사가 전문성을 갖고 이런 영역을 맡게 해줘야 한다. 자금 조달 면에서는 대형사는 발행어음이나 IMA가 있는데 중소형사는 그런 수단이 없다. 증금(한국증권금융) 대출한도를 늘려주거나 NCR(영업용순자산비율) 제한을 완화해주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
--암호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해 관심이 크다. 이에 대한 전망은
▲ 가상자산 ETF는 미국, 홍콩, 캐나다 등에서 다 운영이 되고 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어 이를 기초로 상품을 만드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당국에서도 계속 이와 관련해 공부하고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관련 법이 정리돼 통과되면 더 속도가 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도 한국은행이 수용하는 분위기고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프로그램(자동 계약 실행기)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강점으로 인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외에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스테이블코인, 핀테크 분야에서 쓰이는 코인 이렇게 3개를 허용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본다.
단 스테이블코인을 최소 조건만 만족하면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발행에서 발생하는 마진(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으로) 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시장의 신뢰를 받는 기관들 중심으로 발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옳다.
--가상자산 ETF와 스테이블코인 중 뭐가 더 빨리 도입될 것으로 보나
▲ 가상자산 ETF가 먼저 될 것이다. 이미 상품이 나와 있고 여러 나라에 상장됐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한국장외시장(K-OTC)에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조처의 의의는 뭔가
▲ 정부가 상장 유지 조건을 굉장히 강화하고 이 요건을 못 지키면 상폐를 시키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사업이 잘 안되는 상장사를 계속 놔두니 '좀비 기업'이 되고 증시가 활력을 잃고 투기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장폐지 뒤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필요는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살 매력이 있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야 엄청나게 낮아져 있겠지만 일정 부분 괜찮은 면이 있어 주식을 가지려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회사가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계속 투자받아 재기해 코스닥으로 재상장하는 식의 길도 있어야 한다.

--앞으로 6개월 내 코스피는 얼마나 더 오를까
▲ 아무도 모를 얘기다. (웃음) 작년 2월부터 우리가 기업과 자본시장 밸류업(가치제고)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중간에 흐지부지될 것인데 왜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안 없애면 한국은 결국 후진적 시장이 된다. 방향성이 맞으니 느려도 계속 가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었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머릿속에서 이런 목표가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끌고 온 것이 좋은 기회를 맞아 꽃을 피워서 다행이다.
코스피 5,000이 6개월 또는 1년 안에 이뤄질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본 시장에 대한 정책적 신뢰만 있으면 코스피는 앞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 계속 많을 것이다.
--금투협 회장 임기를 거의 다 끝냈는데 소감은
▲ 내 삶에서 정말 기쁘게 일했을 때가 크게는 세 번이었다. 미래에셋 첫 지점장으로 부임했을 때, 미래에셋에서 경영자가 됐을 때, 금투협에 왔을 때다. 이중 금투협에서의 경험이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었다고 생각한다. 해보고 싶었던 것, 공약했던 것이 완성되고 이뤄지니 참 기뻤다. 동료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일한다는 것이 큰 경험인데, 금투협 직원들이 뛰어난 전문성으로 일을 너무 잘해줘 보람이 많았다.
--연임 도전은 하나
▲ (재선 도전 여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다른 차기 회장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던데, 나는 현직인 만큼 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뭘 할 필요는 없다. 다른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나한테 있는 건지 없는 건지를 이제 고민을 해야 한다.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구성을 의결한 이번 달 28일 금투협 이사회 때 불참했는데 이걸 재선 도전의 신호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 이사회 불참은 재선 도전 여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 현직 회장이 후추위 구성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불참했다.
당장 중요한 것은 누가 되든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 회장이 누구를 염두에 두고 (후추위 관련해) 뭘 했다는 논란이 벌어져서는 안 되며, 지금도 나는 후추위 구성 등에 관해 들은 것이 하나도 없다.
t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