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세계 유수의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의 유명한 '다이아몬드 포에버' 광고 문구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고가의 다이아 반지는 오랫동안 결혼 예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LGD) 혹은 줄여서 '랩다이아'라고 불리는 인공 다이아가 출현한 뒤 다이아도 더 이상 옛날처럼 값비싼 보석이라고 하기 힘들어졌다.
    LGD는 연구실에서 키운 다이아몬드이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 특징은 동일하지만, 가격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팔린 약혼반지의 절반 이상이 랩다이아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원석 다이아에 기반한 보츠와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9월 5일 전했다.
    당초 거대한 사막 나라로 250만명의 인구를 가진 보츠와나는 다이아 덕분에 번영과 교육, 무료 보건 등으로 아프리카의 7개 상위 중소득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 
    빈곤선 이하 인구는 1989년 59%에서 2015년 16%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와 함께 이 모든 것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천연 다이아 시장 부진에 다이아 수입이 반토막 나면서 보츠와나 경제는 2024년 3% 후퇴했다.
    다이아 수출은 보츠와나 외화 획득원의 90%를 차지하며 보츠와나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나 된다.
    보츠와나 GDP는 올해 0.8% 역주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프리카'에 따르면 이는 내전 중인 수단을 제외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악의 성장률이다.
    보츠와나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고도 지난 5월 기준 35억 달러(약 5조원)로 1년 전 48억 달러보다 감소했다. 
    보츠와나는 독립 후 다이아 시장 덕분에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다이아 시장 때문에 국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두마 보코 보츠와나 대통령은 지난 7월 연설에서 드비어스를 탓했다.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다이아의 대부분이 보츠와나에서 채굴된 것인데, 나라 형편이 이 지경에 처한 것은 드비어스가 제대로 영업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츠와나는 드비어스 지분의 15%를 갖고 있으며 그 모회사는 다국적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다.
    보코 대통령은 두 달 뒤 보츠와나가 드비어스의 지배적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앵글로아메리칸은 급격한 구조조정 일환으로 지난해 드비어스 지분 매각에 나선 바 있다. 
    랩 다이아에 따른 시장 도전과 지정학적 세력 다툼 속에서 보츠와나가 다이아 생산 과정에서 지분 확대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2.0' 시대에 아프리카 대륙에도 그 반작용으로 자원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 서남부에 자리한 앙골라도 드비어스 지분 매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FT가 9월 25일 보도했다.
    앙골라 정부의 제안은 어느 한 나라가 드비어스를 좌지우지하기보다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이아 생산국으로 이뤄진 범(凡)아프리카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는 취지이다. 
    랩다이아 확산에 맞서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천연 다이아 유통망에 대한 영향력 확대 노력을 통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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