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부터 베이징까지 올림픽 4회 출전…평창선 아시아 첫 봅슬레이 은메달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태국판 쿨러닝 기대하세요!"
    열대의 태국에서 '썰매 올림피언'을 키우러 떠나는 사람이 있다. 아시아 첫 봅슬레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동현(37) 감독이다.
    김 감독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원윤종, 서영우, 전정린과 함께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은메달을 따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경기력향상위원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돕고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시즌2'에도 출연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6월 태국스키·스노보드협회(SSAT)로부터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여자 모노봅 은메달을 따낸 태국은 자국 유망주들을 키우고 지속해서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표팀에 구축할 젊은 지도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계약서 사인은 최근에 했지만 이미 지난 6월부터 태국과 한국으로 오가며 장비 세팅, 시즌 전략 등을 세웠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대표팀은 지난주에 한국으로 와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김 감독과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태국에서 바퀴 달린 썰매로 육상 트랙에서 스타트 훈련을 했던 선수들은 이번엔 평창 트랙의 아이스 위에서 스타트 기술을 가다듬었다.
    31일엔 북미로 가 국제봅슬에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의 2부 격 대회인 북아메리카컵에 출전한다. 
    김 감독은 "북미컵에서 최대한 많이 10위권 성적을 내면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다"면서 "그러면 한국,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선 4번째, 동남아에선 첫 번째로 올림픽 썰매 종목에 출전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태국말이 서툴지만, 선수들과 소통에 문제는 없다. 대부분이 봅슬레이 전문 용어고, 필요할 땐 영어와 서툰 태국어를 섞어 쓴다.
    청각장애인으로 청년 시절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지금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김 감독은 누구보다 잘 들을 줄 아는 지도자다.
    현역 시절부터 인화력 좋은 성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표팀 주장도 맡았다. 
    은퇴 뒤에는 청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소리재활과 신체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워낙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현역 때부터 후배들 이야기 잘 듣고, 위에 잘 전달하고 그런 중재 역할을 잘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많은 팬이 김 감독을 평창 올림픽 때 포지션인 브레이크맨으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4인승 썰매 제일 뒤에 타는 브레이크맨과 중간에 타는 푸시맨뿐 아니라 맨 앞에서 조종하는 파일럿도 해본 '올라운더'다.
    썰매 주행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그는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4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한국 썰매의 발전 과정도 하나하나 경험했기에 막 걸음마를 뗀 태국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다.
    김 감독은 "사실 태국이 내가 처음 썰매를 시작했을 때 한국보다 더 열악하다"면서도 "태국 선수들 열정이 대단하다. 함께 중장기 계획을 공유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올림픽 출전의 목표를 이뤄 '태국판 쿨러닝'을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