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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묵은 힐튼 객실 가보니…'백악관 상황실'도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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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힐튼 PRS에 백악관 미니 상황실(WHSR)도 차려져…현재는 흔적 남기지 않고 철수
트럼프 묵은 객실보다 2배 정도 커…철수 후에도 호텔 직원에게 관련 정보 '함구령'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었던 경주 힐튼호텔에 백악관 상황실까지 차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오전 경북 경주시 힐튼 호텔 8층.
전날 늦은 시각까지 미국 비밀경호국(USSS)에 의해 철저히 통제됐던 이곳이 이날 오전 빗장이 풀렸다.
이곳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묵은 방이 있는 층으로 그가 떠난 후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 층 양 끝에 있는 방 2곳 중 1곳은 정상급 객실을 뜻하는 프레지덴셜 로열 스위트(PRS)로, 방문 앞에는 WHSR(백악관 상황실:White House Situation Room)이라는 종이 명패가 남아있었다.
백악관 상황실은 미국 국가안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미 대통령이 안보와 관련된 회의를 열고 대응하는 곳이다.
대통령이 이동하거나 타국에 머무르는 경우 도청 우려가 없도록 임시 시설물인 '고감도분리정보시설'(SCIF)을 상황실에 마련해 보안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상황실이 철수한 지금은 WHSR OFFICE라고 적힌 명패 외에는 모든 흔적이 지워진 상태다.
PRS 객실에 있었을 의자와 침대 등도 모두 치워진 채 바닥에 깔린 카펫에만 삼각대에 눌린 듯한 여러 개의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전날 미국 비밀경호국은 해당 방에서 플라스틱과 철제 가방 등 상당한 규모의 짐을 빼냈다.
호텔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객실을 쓰기 위해 백악관 측에서 호텔에 요청한 사항이 매우 많지만, 보안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미국 측이 APEC 행사 몇 주 전부터 와서 준비했고, 8층으로 옮기는 짐 같은 것들은 천막에 가려진 채 한꺼번에 이동해 짐의 규모 등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백악관 상황실이 차려졌던 PRS 객실의 반대편인 특별객실에 마련됐다.
이곳은 평소 일반에게는 판매하지 않는 곳으로, 힐튼 호텔 관계자의 집무실로 쓰이는 곳이었으나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낙점했다.
이런 이유로 객실 문에는 아무런 명패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호텔 측은 "미국 측이 APEC 행사가 열리기 전 호텔을 방문해 방을 둘러봤다"며 "PRS 객실을 소개했지만, 미국 측이 호텔 관계자 집무실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로 쓰길 원했다"고 전했다.
호텔 측은 미국 측의 요청을 받고 방에 남아있던 업무용 집기 등을 모두 치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무실로 쓰이던 만큼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보안상의 이점은 있었지만, 객실 크기는 PRS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백악관 상황실과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모든 흔적이 지워진 상태였다.
텅 빈 방의 창문으로는 보문호와 헬기장으로 쓰이는 경주월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9일 날짜의 국내 영자 신문 2부가 남아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신문과 나머지 집기류들은 모두 치워져 이미 '대통령 흔적 지우기'는 완료된 듯 보였다.
해당 층을 청소하던 힐튼 호텔 소속 관계자에게 미국 측이 이 층을 사용할 때의 상황을 물어봤으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층에 묵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호텔 측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비밀 경호국 등이 숙소를 떠난 뒤 호텔 내부 관계자들에게 고객의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현재 힐튼 호텔에는 미국 고위 관계자가 여전히 머무르는 중이며, 미국 비밀경호국은 철수 했으나 한국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유지되고 있다.
(윤관식 기자)
psi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