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tvN '태풍상사' 매회의 부제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그 시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제목이다.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이나정·김동휘 연출)의 부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폭풍의 계절' '아스팔트 사나이' '서울의 달' '바람은 불어도' '우리들의 천국' '야망의 전설' 등 현재까지 방송된 1~6회의 부제가 모두 당시 방영됐던 드라마 제목이다. 각 회의 이야기와도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부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음 회의 제목을 예측하고 추리하게 만드는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자리 잡으며, '태풍상사'만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되고 있다.
'태풍상사'는 춤과 노래 그리고 꽃을 사랑하던 압구정 날라리 강태풍(이준호)이 IMF 외환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며 인생의 '폭풍의 계절' 속으로 들어가게 된 첫 회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2회에선 무너져가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태풍의 사투가 펼쳐졌다. 원단을 실은 화물트럭을 막기 위해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운 엔딩은 IMF 시대 청춘의 절박한 투혼을 응축했다. 이날의 부제는 바로 '아스팔트 사나이'였다.
3회에선 태풍상사 부도 위기 앞에서 폐업이 아닌 사장이 되는 걸 선택한 태풍이 '서울의 달' 아래 오미선(김민하)에게 상사맨이 돼 달라는 프러포즈로 가슴 벅찬 엔딩을 장식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려는 두 청춘의 열정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달빛 같은 희망을 전했다. 4회에선 자신에게 계획적으로 사기를 친 표박호(김상호) 사장에게 뒤통수로 되갚아주고 자금을 마련한 태풍이 부산에서 안전화 '슈박'을 만나 드디어 판매할 물건이 생겨 상사맨의 재미를 느껴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하지만 압구정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 길바닥으로 내쫓기는 위기를 맞았다. '바람은 불어도'란 이날의 부제처럼, 계속되는 바람이 그를 흔들었지만,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불태우는 태풍이었다.
5회 '우리들의 천국'은 태풍과 미선이 안전화 판로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그 안에서 함께 정을 나누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비즈니스 매너를 연습하는 태풍과 비즈니스 영어를 공부하는 미선의 의기투합은 청춘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했다. 그 패기는 6회에서 차용증에 찍은 손바닥 도장 하나로 안전화 7천개 판매에 나선 태풍과 미선의 총력전으로 이어졌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발로 뛰는 열정으로 안전화 수출 계약이란 성공적 결과도 얻었다. 방송 말미, 해운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물건을 보낼 수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원양어선'이란 기회를 찾아낸 태풍이 이번에도 IMF라는 시대 위에 피어난 '야망의 전설'을 쓸 수 있을지 기대감 역시 솟아났다.
이처럼 '태풍상사'의 회차 부제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며, 각 회차의 주제와 감정선을 정교하게 비추고 있다. 장현 작가는 "현재 눈부시게 꽃을 피우고 있는 K-드라마의 밑바탕에는, 80~90년대 한국 드라마가 있었다"라며, "아직도 나에겐 철조망을 넘던 최대치와 윤여옥의 사랑이('여명의 눈동자'), '나 떨고 있냐'며 흔들리던 태수의 눈동자가('모래시계'), 꽃미남 삼형제의 미소('느낌')가 어제 본 것처럼 선명하다. '태풍상사'의 부제는 이제 드라마를 쓰게 된 내가 지난 날의 드라마에 보내는 작은 헌사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7회와 8회의 부제는 각각 '산다는 것은'과 '젊은이의 양지'다. IMF의 한가운데서 '산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다시 양지를 향해 걸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라고 밝혀,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태풍상사'는 매주 토, 일 밤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