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압도적인 힘으로.'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공격과 수비로 승부를 가르는 대부분 종목에 통용되는 논리다. 위기 뒤에 찬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예외가 있다. 체급 차이가 뚜렷하면 흐름도 소용이 없다. 위기 뒤에 계속 위기, 기회 뒤에 계속 기회다.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과시했다. LG는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가 9회초 단 한 차례 공격에 6점을 뽑아냈다. 한화 이글스가 딱히 흐름을 내줄 빌미를 제공한 것도 아니었다.
대역전 드라마는 보통 각본 없이 쓰여지지만 조짐은 보이기 마련이다.
앞선 팀이 초장에 리드를 잡고 3이닝 4이닝 이상 추가점을 뽑지 못하면 주도권이 넘어간다. 혹은 앞선 팀이 유력한 득점 찬스를 어처구니 없이 날려도 분위기가 뒤바뀐다. 주루사, 특히 홈에서 횡사를 한다든지 뒤진 팀의 그림 같은 호수비가 나오는 경우다. 추격자의 기가 살아나면 기류가 묘해진다.
하지만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그 어떤 클리셰도 없었다. 한화는 특별한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적절하게 도망갔고 적절하게 추격을 차단했다. 분위기를 넘겨줄 만한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4회말 선취점을 뽑은 한화는 추가득점에 고전하긴 했지만 1-0으로 앞선 7회말 2점을 더 냈다. 선발투수 와이스가 무려 8회 2아웃까지 1실점으로 버텼다. 3-0으로 앞선 8회초에 1점을 허용하긴 했으나 8회말 곧바로 1점을 도망갔다. LG의 추격전을 한화가 찍어 누르는 모양새로 전개됐다.
그런데 9회초부터 대이변이 발생했다. LG의 타선이 뜬금없이 터졌다. LG의 메가트윈스포가 맥락 없이 타올랐다. 박동원이 2점 홈런을 치고 박해민 홍창기가 악착 같이 출루했다. 신민재가 진루타를 쳤다. 김현수 문보경 오스틴이 연속 적시타를 펑펑펑 터뜨렸다. 한화는 9회초에만 김서현 박상원 한승혁을 쏟아부었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대전=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