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4차전 그대로 1-4로 끝났다면, 5차전도 졌을 겁니다."
LG 트윈스의 2025 시즌 통합 우승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LG는 31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대1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1일에는 잠실구장에 팬들을 모아놓고 성대한 축승연까지 열었다. 2023년 29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더니 지난해 3위, 올해 우승으로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시리즈 하이라이트는 4차전. LG는 잠실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잡았지만 3차전 대전에 넘어가 상대 에이스 폰세 공략에 실패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만약 4차전까지 한화에 내준다면 시리즈 분위기가 한 순간에 상대쪽으로 넘어갈 뻔 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될 뻔 했다. 한화 최강 원투펀치 와이스가 혼신의 피칭으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8회 2사 상황서 그가 내려가기 전까지 1-4로 밀렸다. 사실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LG는 상대 마무리 김서현을 공략해 9회 6점을 내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여기서 한화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5차전 선발 문동주가 문제가 있는 듯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고 1회 만에 강판되며 사실상 승기는 LG쪽으로 넘어갔다.
4차전 기적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김용의 코치는 이번 한국시리즈 퀄리티 컨트롤(QC) 코치로 선수들과 함께 했다. 원래는 2군에서 작전, 주루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1군 송지만 1루베이스코치의 상으로 인해 임시로 1군에 올라왔다. 그런데 선수 때부터 유명했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코치로도 여전했다. 이를 눈여겨본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김 코치를 1군에 동행시켰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때는 정식으로 엔트리에 등록시켰다. 이미 다른 코치들은 보직이 다 있으니,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QC 코치 명함을 붙여줬다. 보통 QC 코치는 팀에서 수석코치 바로 아래 높은 자리로 통한다.
선수 시절 LG 암흑기를 함께 했으니, 우승 구경은 해보지도 못했다. 2023년에는 해설위원으로 LG의 우승을 지켜봤다. 김 코치는 "살면서 우승이라는 걸 처음 경험해봤다. 대단했다"고 말하며 "더그아웃에서 감독님, 코치 선배님들이 단기전을 어떻게 끌어가시는지 지켜본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야구, 특히 단기전은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다. 현장에 있는 선수단이 느끼는 촉은 거의 맞는다. 김 코치는 "4차전때 더그아웃 분위기는 솔직히 좋지 않았다. 만약, 1-4 스코어로 경기가 끝났다면, 내 경험상 5차전도 우리가 졌을 것이다.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다. 그런데 박동원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했다.
김 코치는 김현수의 역전 결승타도 중요했지만, 그 앞에 나온 박동원의 홈런이 결정적이라고 봤다. 김 코치는 "9회 박동원이 1점차로 따라가는 투런 홈런을 쳤다. 그러니 더그아웃에서 '오늘 지더라도, 내일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는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