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가 10월을 지배했다.(We Rule October)!'
LA다저스는 연장 11회말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최종 7차전 무대였다.
토바로 직전 연장 11회초 윌 스미스의 솔로홈런이 터지며 5-4로 리드를 잡자마자 다시 닥친 위기다. 극복한다면 월드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연속 우승은 극히 까다로운 업적이다. 가장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2연패 이상을 달성한 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뉴욕 양키스였다. 심지어 내셔널리그팀이 월드시리즈 연패를 달성한 건 1975~1976년 신시내티 레즈가 마지막이었다.
다저스는 기어코 그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11회말 마운드에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서 있었다. 전날 열린 6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96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3대1 승리를 이끈 야마모토는 7차전에도 나왔다. 4-4로 맞선 9회말 1사 후 블레이크 스넬이 안타와 볼넷을 내주자 마운드에 등장했다.
야마모토는 나오자마자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몸 맞는 볼을 내줘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달튼 바쇼를 2루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 미겔 로하스가 정확한 홈송구로 카이너-팔레파를 아웃시켰다. 야마모토는 어니 클레멘트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10회말 공격도 무실점으로 막은 야마모토는 11회말에도 변함없이 마운드에 등장했다.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았다. 카이너-팔레파의 희생번트에 이어 애디슨 바거의 볼넷으로 1사 1, 3루가 됐다.
9회말에 이은 두 번째 위기. 하지만 야마모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커크를 힘으로 눌렀다.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 바깥쪽 스플리터를 던졌다. 커크가 받아쳤지만,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타구가 유격수 무키 베츠 앞으로 굴러갔다. 베츠는 공을 잡은 즉시 스텝을 밟아 2루 베이스를 직접 찍은 뒤 정확하게 1루로 송구했다. 더블플레이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가 완성됐다.
양키스 이후 25년 만의 월드시리즈 2연패이자 신시내티 이후 49년 만에 내셔널리그팀 월드시리즈 2연패 달성이다. 다저스 선수단은 미리 준비한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었다. 셔츠 등판에는 '우리가 10월(가을)을 지배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구 그대로 다저스는 와일드카드시리즈부터 시작해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그리고 월드시리즈까지 모두 거치며 메이저리그 가을야구를 제대로 지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같은 결과였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포스트시즌 야구의 정수가 모두 월드시리즈 7차전에 담겨 있었다.
다저스 선발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가 0-0이던 3회말 선제 3점포를 허용하고 강판됐다. 1사 1, 3루에서 토론토 3번타자 보 비셋에게 던진 초구 변화구를 강타당했다.
선제 3점포 이후 토론토의 유리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선발로 나온 맥스 슈어저가 4회초 1점을 내줬지만, 4⅓이닝 동안 4안타 1실점 1볼넷 3삼진으로 호투했다. 5회초 1사 1루 때 루이스 발랜드와 교체됐다. 발랜드는 첫 상대인 오타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윌 스미스와 프레디 프리먼을 연이어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6회에 양팀이 1점씩 뽑았다. 다저스가 6회초 1사 2, 3루에서 토미 에드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따라붙었다. 그러나 토론토는 3-2로 앞선 6회말 무사 2루에서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적시 2루타가 타지며 4-2로 달아났다.
토론토가 2점차로 앞선 가운데 경기 후반에 접어들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꿈이 점점 사라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다저스의 저력은 살아있었다. 8회초 1사 후 맥스 먼시가 예세비지를 상대로 우월 1점 홈런을 날려 3-4로 따라붙으며 불씨를 다시 살렸다. 승부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갔다. 다저스는 8회말 선발요원인 스넬을 올렸다. 스넬은 8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그러자 다저스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토론토 마무리 호프먼을 상대로 9회말 1사 후 미구엘 로하스가 다시 동점 솔로포를 가동했다. 승부는 4-4로 원점이 됐다.
다저스는 9회말 1사 후 스넬이 비셋에게 좌전안타, 바저에게 볼넷을 내주자 야마모토를 다시 호출했다. 전날 96개의 공을 던졌던 야마모토는 처음에는 흔들렸다. 첫 상대인 커크를 몸 맞는 볼로 내보냈다. 1사 만루 대위기상황.
하지만 야마모토의 심장은 강철이었다. 바쇼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로하스의 송구로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았고, 클레멘트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9회말 교체 투입된 중견수 앤디 파헤스가 끝까지 쫓아가 좌익수와 충돌하면서도 잡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연장 10회초 다저스가 리드 기회를 놓쳤다. 1사 후 베츠의 볼넷, 먼시의 중전안타, 테오스카의 볼넷으로 만루찬스를 잡았지만, 파헤스가 유격수 땅볼, 키케 에르난데스가 1루 땅볼에 그쳤다. 하지만 야마모토가 10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자 11회초 공격 때 윌 스미스가 역전 솔로홈런을 날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야마모토가 11회말에도 나와 혼신의 역투로 승리를 지켰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