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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0억 먹튀, 12년 어떻게 보나 했는데...비현실적 '미친 드라마'로 전 세계 야구팬들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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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전 세계 야구팬들을 홀려버린 '먹튀' 투수 투혼의 감동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로 만든다 해도 이보다 극적이지는 못 할 듯 하다. LA 다저스가 정말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2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 외나무 다리 승부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5대4로 승리,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정말 극적인 승부였다. 2승3패 패배 위기에서 원정 2연전을 온 다저스. 6차전 선발 야마모토의 호투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7차전 믿었던 오타니 쇼헤이가 보 비셋에게 3점포를 얻어맞으며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하루 전 사사키 로키가 마무리로 나와 흔들리며 선발 요원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마무리로 써버린 게 화근이었다.

다저스는 4회와 6회 1점씩을 내며 따라갔지만, 6회말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적시타를 맞는 장면은 너무 뼈아팠다. 흐름상 쐐기타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저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8회 맥스 먼시가 1점차로 좁히는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9회 대수비 요원 미겔 로하스가 그림같은 동점포를 터뜨리며 토론토를 불안에 떨게했다. 그리고 10회초 윌 스미스가 역전 결승포를 때려버렸다.

타자들도 잘했다. 하지만 이 선수 없이 이번 월드시리즈 얘기는 할 수가 없다. 바로 야마모토. 이날 9회 1사 1, 2루 위기서 구원등판했다. 알레한드로 커크를 사구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절체절명의 끝내기 위기를 맞이했지만 여기서 무실점으로 막아버렸다. 그리고 연장 10회에도 선두 블리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 2루타를 맞았고, 희생번트로 1사 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커크를 병살로 유도하며 영웅이 됐다.

그냥 막은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야마모토는 6차전 선발이었다. 하루 전 선발로 96개의 공을 던진 투수라고는 믿기 힘든 연속 등판이었다.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은 고교 시절까지 에이스로 뛰면서 극한의 연투를 경험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오래 전의 일. 하지만 야마모토는 팀 승리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이미 몸을 푼 것만으로도 전 세계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3차전 연장 18회 승부를 벌일 때, 투수가 없자 2차전 선발이었던 아먀모토는 자원해서 몸을 풀었다. 이 자세만으로도 미국의 야구팬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요즘 철저하게 과학화, 분업화 된 야구에서 이런 희생을 발휘하는 선수는 없다. 몸값이 재산인 선수들은 팀보다 자신의 컨디션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적으로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1차전을 지고 위기서 2차전을 잡아냈다. 탈락 위기 6차전에서도 팀을 구해내더니, 7차전 화룡점정을 찍었다. MVP는 당연히 그의 몫.

야마모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달러(약 4650억원)라는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을 체결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첫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먹튀' 오명을 써야했다. 이런 투구를 어떻게 12년 동안 더 보느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정규시즌 12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대반전에 성공했고, 월드시리즈를 그야말로 '야마모토 시리즈'로 만들어버렸으니, 이제 '먹튀' 얘기는 누구도 꺼내지 않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