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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 가스공사 극단적 '골밑 올인 전략' 통했다. 가스공사, KT 에 71대60 완승. 가스공사 벼랑끝 전술, KT 아킬레스건 어떻게 찔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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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경기 전 벤치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수원 KT는 여유가 있었다. 7승3패, 리그 2위.

한국가스공사는 올 시즌 단 1승만을 올렸다.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KT 문경은 감독은 경기 전 "데이터만 놓고 보면 우리가 가스공사에 이기는 부분이 없다. 가스공사가 침체됐다고 하지만, 워낙 끈적한 팀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너무 까다로운 팀"이라고 했다.

가스공사는 "결국 KT의 골밑을 노려야 하고, 우리의 골밑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KT의 약점인 3점슛, 그리고 KT의 미세한 수비 약점인 포스트 업 1대1 디펜스에 대한 분석이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한국가스공사였다.

한국가스공사는 2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KT를 71대60으로 잡아냈다.

가스공사는 조셉 벨랑겔이 18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닉 퍼킨스(14득점) 라건아(14득점, 13리바운드)가 골밑을 지배했다. KT는 데릭 윌리엄스가 3점슛 4방으로 15득점을 했지만, 외곽 지원이 거의 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시즌 2승(10패)째를 거뒀고, KT는 7승4패,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전반전

KT 힉스 미드 점퍼, 문정현 3점슛 문정현 연속 골밑 돌파

가스공사는 KT의 골밑을 노렸다. KT는 높이가 좋은 윙 자원이 많지만, 아이재아 힉스와 데릭 윌리엄스 모두 포스트 업 수비가 완전치 않다. 가스공사가 라건아를 스타팅으로 내세우면서 골밑을 집요하게 노린 이유, 벨랑겔이 골밑을 돌파하면서, KT의 미세한 수비 약점을 공략했다. 9-11, 2점 차 추격. KT의 작전타임.

하지만, 가스공사의 기세는 강력했다. 벨랑겔이 연속 3점포를 터뜨리면서 기세를 올렸다. 반면 KT는 초반 약점인 외곽 공격이 불발.

15-11, 역전에 성공했다.

김선형이 벨랑겔에게 수비 약점을 드러내자, KT는 카굴랑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건아에게 당했다. 3점슛이 실패하자, 공격 리바운드 이후 풋백 득점.

이 점수 차가 1쿼터 끝까지 갔다. 가스공사는 라건아 대신 닉 퍼컨스와 정성우를 투입했고, KT는 데릭 윌리엄스와 이두원을 투입했지만, 큰 반전은 없었다. 21-15, 6점 차 가스공사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초반, 답답했던 외곽을 윌리엄스가 뚫었다. 코너 3점슛으로 좋은 출발.

윌리엄스가 노련한 플레이까지 보였다. 오른쪽 윙에서 3점슛을 노리는 순간, 슈팅 릴리스를 길게 하면서 김준일의 블록을 역이용, 3점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매우 노련한 플레이였다.

접전. 하지만, 퍼킨스가 3점포를 터뜨린 뒤 묵직한 골밑 돌파를 계속 시도했다. KT의 골밑 포스트 업 수비 약점을 계속 공략. KT가 더블팀을 시도했는데, 퍼킨스는 패스 미스가 많았다. 문제는 KT의 공격이었다.

KT 역시 공격자 파울을 범하는 등 효율적이지 않았다. 결국 점수 차는 점점 벌어졌고, 벨랑겔의 미드 점퍼가 림을 통과했다. 31-23, 2분 29초가 남았다. KT의 작전타임.

문제는 KT의 공격이었다. 야투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공격 활로를 뚫을 수 없었다. 결국 36-27, 9점 차 가스공사의 리드로 전반 종료

▶후반전

KT가 공격 활로를 뚫기 시작했다. 여전히 극심한 수비전.

김선형의 3점포, 그리고 속공이 나왔다. 40-34로 추격. 가스공사는 맞받아 치는 득점이 중요했다. 신승민이 천금같은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다. KT의 추격세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KT는 여전히 외곽의 답답함이 있었다. 문성곤과 박준영이 코너 오픈 3점슛 찬스를 맞았지만, 실패.

가스공사는 김국찬의 미드 점퍼로 달아났다. 50-36. 14점 차 리드.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스공사의 게임 플랜은 라건아와 퍼킨스의 골밑 공략이 첫번째. KT의 수비가 강하지만, 1대1에서는 라건아와 퍼킨스를 막기 쉽지 않다. 당연히 KT는 더블팀이 들어오고, 외곽 찬스가 나온다.

가스공사의 내외곽 공격 연결은 원활하지 않았지만, 결국 미드 레인지, 외곽에 오픈이 나면서 벨랑겔, 김국찬, 신승민 등이 미드 점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반면, KT는 수비의 부담을 안고도 카굴랑안, 김선형, 윌리엄스를 투입, 모두 샷 크리에이팅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가스공사 수비의 목적은 외곽슛을 허용하는 것이다. 극단적 새깅으로 골밑에 촘촘히 벽을 쌓고, 골밑 방비에만 초점을 맞췄다. 즉, KT의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 공수 시스템에서 가스공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3쿼터 중반까지 가스공사가 리드한 이유다.

KT는 다행히 트랜지션으로 활로를 뚫었다. 하윤기의 속공 골밑 슛이 터졌다. 결국 52-42, 10점 차 가스공사의 10점 차 리드로 3쿼터 종료.

신승민이 패스한 이후 팔꿈치 사용으로 공격자 파울.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윌리엄스의 3점포가 적중했다. 7점 차까지 추격. 가스공사의 작전타임. 아직 6분23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윌리엄스가 플레어 스크린(볼에서 멀어지면서 스크린을 받아 오픈 찬스를 만드는 동작)을 받고 3점포를 또 다시 적중시켰다. 4점 차 추격.

승부처가 다가오자 KT 역시 수비가 견고해지기 시작했다. 가스공사는 세트 오펜스에서 퍼킨스를 선택. 딥 3를 작렬시켰다. 너무나 귀중했던 득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윌리엄스는 스크린으로 미스매치를 만든 뒤 3점포 작렬.

그러자, 가스공사는 김준일의 미드 점퍼로 한숨을 돌렸다. 윌리엄스의 돌파가 실패하자, 가스공사는 속공, 퍼킨스의 파울 자유투 1득점으로 달아났다. 63-56, 8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3분13초.

KT는 김선형과 하윤기의 2대2. 하윤기가 앨리웁 덩크를 시도했지만, 불발. 그러자, 가스공사는 정성우가 날카로운 돌파로 2득점. 사실상 승패를 결정지었다.

가스공사는 오랜만에 끈적한 수비력과 이타적 플레이로 상대 수비 약점을 공략하는 조직적 오펜스를 보였다. 활동량에서 KT보다 우위였고, 공격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승부처 집요하게 상대 약점을 공략하면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KT는 전체적으로 이날 헐거웠다. 외곽 공격은 제로 수준이었다. 윌리엄스가 3점슛 4방을 터뜨리긴 했지만, 김선형(5개 시도 1개) 문정현(3개 시도 1개)를 제외하면 3점슛을 넣은 선수가 없었다.

결국 가스공사의 골밑 중심의 새깅 디펜스에 완전히 당했다. KT는 여전히 강하지만, 확실한 약점인 외곽 공격 아킬레스건이 있다. 현 시점의 수비력을 유지하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숙제다. 수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