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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K리그 금쪽이', 겹악재 딛고 K리그 조기잔류한 이정효의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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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FC는 이정효 감독이 벤치에 앉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팀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2일 홈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파이널B 라운드에서 제주 SK를 2대0으로 꺾고 2연승을 질주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이 감독의 결장은 광주와 제주의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이 감독은 직전 안양전(1대0 승)에서 경고를 받아 누적경고 징계로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감독대행을 맡은 마철준 수석코치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 감독님이 평소와 똑같이 습관처럼 훈련을 지휘했다"라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역시 벤치에 대행이 자리했다. 지난 9월 김학범 전 감독이 사임한 후 김정수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팀을 끌어가고 있다. 직전 수원FC전 2대1 승리로 10경기 무승 고리를 끊은 김 대행은 공격적인 전술로 광주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은 제주의 흐름이었다. 전반에만 총 8개의 슈팅으로 광주 골문을 쉴새없이 두드렸다. 김 대행 체제에서 바뀐 압박 강도와 공격 연계 플레이가 돋보였다. 광주는 전반 45분 동안 단 하나의 슈팅도 쏘지 못한 채 끌려갔다. 마 대행은 "전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주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골키퍼 김경민만큼은 끝까지 통과하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남태희와 일대일 찬스를 맞은 김경민은 침착하게 팔을 뻗어 슈팅을 막았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결정적 장면이었다. 전반에만 5개의 선방을 한 김경민은 "각을 좁히기보다 버티려고 했다. 첼시 골키퍼 산체스의 플레이 영상을 본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비록 벤치에 앉진 못했지만, 경기 전 제주전을 준비하면서 후반전에 힘을 쏟으려고 준비를 했다. 마 대행은 "이 감독님이 제주가 전반에 강하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제주 선수들의 힘이 빠지면 우리에게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주는 후반 투톱으로 전술을 바꿔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이 감독의 예상대로 전반에 몰아치던 제주는 광주의 압박에 서서히 힘을 잃었고, 창 끝이 무뎌졌다. 자연스레 광주가 찬스를 잡은 횟수가 늘었다. 그런 과정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후반 33분 신창무가 헤이스의 헤더 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광주의 첫 슈팅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승기를 잡은 광주는 후반 45분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아이슬란드 출신 1m96 장신 공격수 프리드욘슨이 페널티지역 가운데지점에서 조성권의 크로스를 받아 추가골이자 자신의 데뷔골을 낚았다. 마 대행은 "프리드욘슨이 훈련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엄지를 들었다. 경기는 결국 광주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2연승을 질주한 광주는 13승9무13패 승점 48로 7위를 탈환했고, 뒤이어 수원FC와 대구전이 1대1 무승부로 끝나면서 조기 잔류를 확정했다. 광주가 3경기를 냠겨두고 강등권인 10위 수원FC(승점 39)와 9점차다. 한데 9위 울산(승점 41)과 수원FC의 경기가 남았다. 두 팀이 모두 3전 전승을 따낼 수 없어 광주가 남은 3경기에서 전패를 해도 10위 밑으론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시즌 승점 47, 9위로 간신히 잔류한 광주는 올 시즌 35경기만에 지난시즌 승점을 뛰어넘으며 조기에 잔류를 결정지었다.

광주의 잔류는 '신기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선수단 예산이 하위권 수준인데다 시즌 내내 다양한 사건사고로 흔들렸다. 아사니의 연대기여금 미지급 논란, K리그 재정건전화 위반, 아사니 이적 파동, 이정효 감독 물병킥 징계 논란, 어린이날 오후성 밀침 사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16강 알 힐랄전 0대7 참패 등이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선수단 훈련 환경도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은 제주전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광주 클럽하우스와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광주 환경이 열악하다. 월드컵경기장 잔디가 들린다. 홈구장인데 경기 때 말고는 (훈련을 할 때)한 번도 못 쓴다. 이해가 안 된다. 잔디 관리도 안 된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뛰면 화가 난다. 알다시피 골키퍼는 지면을 딛고 플레이를 많이 한다. 잔디가 밀리면 주저 앉는다. 그런 면에서 많이 힘들다. 불규칙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올초 잔디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클럽하우스가 시스템 난방을 사용한다. 그래서 숙소 자체가 춥다. 사우나 시설도 열악하다. (가수이자 광주팬인)조빈 님이 기부를 해줘서 그나마 체력단련실은 발전이 됐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경민은 2028년으로 예정된 전국체전에 맞춰 광주 클럽하우스 가변석을 밀어야 한다는 루머를 전하며 "과연 내년에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이런 부분부터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는 그런 가운데서도 강등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올 시즌 이 감독이 카드징계로 벤치에 앉지 않은 3경기에서 100% 승률을 자랑한 마 대행은 "우린 이 감독님이 벤치에 앉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을 지녔다"라며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모두가 항상 훈련장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광주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경민도 "훈련대로 플레이하면 그런 상황이 거의 절반 이상 나온다"라고 했다. 광주는 조기 잔류로 12월6일로 에정된 전북과의 코리아컵 결승전 준비에 숨통이 트였다. 한편, 11위 제주(승점 35)는 승강 플레이오프(PO)행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3경기를 남겨두고 잔류권 9위 울산(승점 41)과 6점차로 벌어졌다.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 대구(승점 29)와도 6점차다. 김 대행은 "남은 3경기에서 경기력을 어떻게 향상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