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실상 시즌 MVP를 예약한 투수,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가 한화생명 볼파크의 마운드 흙을 챙겨간 이유는 뭘까.
한화의 2025년 여정은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로 끝났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 혈투의 상흔이 너무 컸다. 한국시리즈에선 LG 트윈스에 1승 4패로 무너졌다.
한화팬들의 비시즌 최대 관심사는 FA 영입이 아니라 폰세-라이언 와이스 외인 원투펀치의 잔류 여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와이스 역시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역시 빅리그 무대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선수는 폰세다.
정규시즌 29경기 180⅔이닝을 소화하며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로 다승-평균자책점-삼진 트리플크라운에 승률(94.4%)까지 더해 투수 4관왕에 올랐다. 252개의 삼진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 삼진 신기록이기다. 50홈런 150타점의 삼성 디아즈에 비해 시즌 MVP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
한화가 FA 선수들의 아쉬운 성적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타선에도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질주하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데는 폰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선 살짝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선 2경기 2승을 따내긴 했지만 11이닝 7실점(5자책)으로 평균자책점 4.09에 그쳤다. 1차전에는 6이닝 6실점(5자책), 5차전에는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선 3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폰세는 포스트시즌 10경기를 치르는 와중에도 언제나 패기가 넘쳤다. 팀이 밀리고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웠다. 류현진을 향한 확실한 리스펙트, 문동주를 비롯한 한화 선수들과의 친근한 바이브, 거침없이 질러대는 포효까지, 리그 최고 실력 못지 않게 호감으로 가득찬 선수였다.
그랬던 폰세가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끝난 뒤 우승을 자축하는 LG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끝까지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다. 조용히 대전 마운드의 흙을 따로 담아 챙겼다.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 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탈락한 팀 선수들이 고시엔 내야 특유의 검은흙을 담아가는 것은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적인 문화다. 이렇게 가져간 흙은 기념으로 간직하기도 하지만, 씨앗 처럼 모교의 그라운드에 뿌리기도 한다. 고시엔과의 작별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이자,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각오가 담긴 행동이다.
그렇다면 폰세의 행동은 작별일까, 재도전을 의미하는 약속일까.
현실적으론 이별의 뜻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개막 17연승을 질주하던 폰세의 등판은 시즌 중반 이후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줄줄이 찾아왔다. 'KBO 역수출' 사례로는 조시 린드블럼 같은 실패작도 있지만, 메릴 켈리처럼 초대박도 있다.
5차전 후 폰세는 "즐겁고 재미있는 시즌이었다. 지금 가장 생각하는 건 하루빨리 (아내가 임신중인)내 아이를 만나고 싶다"면서 "KBO 시상식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한해를 마무리 짓는 인사를 전했다. 한화 팀원들에겐 "날 가족처럼 대해줘서 고마워. 너희들은 내겐 형제와 같아", 다른 팀 선수들에겐 "함께 경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는 한편 "잘 쉬고 내년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또 한국 야구의 모든 팬, 특히 한화 팬들을 향해 "고마워요. 올 한해 많은 응원과 지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뜨거운 감사를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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