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잘 만나야 선수도 팀도 함께 빛난다. 
LA 에인절스 시절 오타니 쇼헤이(31)는 투타를 겸하는 '이도류'로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다. 포지션별로 전문화의 길을 가는 현대 야구의 통념을 깼다. 그는 2022~202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리고, 2021~2023년 3년간 '124홈런'을 쳤다. 2021년 최초로 투수와 야수로 동시에 올스타에 뽑혔다. 2022년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처음으로 규정이닝-규정타석을 동시에 달성했고, 2023년엔 아시아인 최초로 홈런왕 올랐다. 또 두 차례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았다. 오타니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만들면서 나아갔다. 
빛나는 성적 뒤에 그늘이 있었다. 2018~2023년, 에인절스에서 6년간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슈퍼스타' 오타니를 보유하고도 소속팀은 중위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타니는 2023년 겨울, LA 다저스와 '10년-7억달러'에 계약했다. 북미스포츠 사상 최고액을 받는 조건으로 이적했다. 다저스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갈증을 시원하게 풀었다. 에인절스에 있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최고 선수들과 함께 해 가능했다. 
다저스는 우승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팀이다. 매년 스토브리그에서 지갑을 활짝 열어 최고 선수를 끌어와 최강 라인업을 만든다. 물론, 오타니도 강력한 전력을 보고 다저스를 선택했다. 
오타니는 다저스에서 2년 연속,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3년부터 3년 연속, 통산 네 번째 MVP 수상이 확정적이다. 북미스포츠에서 이적 직후 2년 연속 MVP 수상자는 없었다. 또 오타니가 최초가 된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다저스는 4일(한국시각) 연고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했다. 오타니는 아내 마미코씨와 나란히 퍼레이드 차량에 올라 행사를 즐겼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우승 퍼레이드도 멋진 경험이다"라고 했다. 우승 퍼레이드는 우승팀 선수, 팬들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지난해 투구를 중단했던 오타니는 지난 6월부터 어깨를 가동했다. 단계를 밟아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포스트시즌에도 '이도류'를 풀가동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에 타자로 '3홈런'을 터트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 2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치고 '9출루'를 기록했다. '야구만화'에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활약이다. 그는 연장 18회까지 간 이 경기에서 고의4구로 4차례 출루했다. 오타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 두 차례 선발로 등판했다. 
오타니는 4일 방송 인터뷰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27)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야마모토는 훌륭했다. 그가 없었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 같은 일본인으로서, 팀 동료로서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월드시리즈에선 야마모토가 선배보다 빛났다. 3경기에 나가 3승을 올리고 평균자책점 1.02를 올렸다. 야마모토는 7차전 9회 1사에 구원등판해 연장 11회까지 2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벌어진 6차전 선발로 6회까지 96구를 던지고 다음날 투혼을 불살랐다. 다저스가 거둔 4승 중 3승을 거둔 야마모토에게 MVP가 돌아갔다. 
야마모토를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끌었다. 오릭스 버팔로즈의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을 때 선배 오타니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저스가 제시한 조건도 좋았지만 오타니의 존재감이 컸다.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WBC) 일본대표팀 주축 멤버로 3개 대회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가을 구원투수로 반등한 사사키 로키(24)도 당시 대표팀 주력 투수였다. 셋은 내년 3월에 열리는 WBC에도 나란히 출전이 유력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내년 시즌에도 다저스를 우승 1순위 후보로 올렸다. 오타니는 4일 인터뷰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얘기했다. 오타니와 다저스, 행복한 동행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