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토할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4일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진행한 첫 마무리 훈련부터 진을 뺐다. 야수와 투수 모두 첫 몸풀기로 지옥의 러닝을 진행한 것. 100m를 왕복해 200m, 200m를 10번 뛰는 게 한 세트다. 2㎞씩 모두 4세트를 뛰는 스케줄. 200m 왕복 45초, 세트 사이 휴식 시간은 90초였다. 
KIA 선수들은 낯선 러닝 훈련량에 당황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었다. 휴식 시간에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쉬는 선수들이 속출했지만,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새로 영입한 트레이닝 코치가 바꾼 훈련 풍경이었다. KIA는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하면서 코치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때 트레이닝 파트를 함께 보강했다. 2023년과 2024년 삼성 라이온즈에 몸담았던 일본인 나이토 시게토 트레이닝 코치를 새로 영입한 것.
나이토 코치는 러닝 훈련을 매우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KIA 선수들은 8㎞를 뛰면서 나이토 코치의 명성을 충분히 체감했다. 
KIA가 나이토 코치를 영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올 시즌을 치르는 동안 김도영, 김선빈, 나성범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애를 먹었기 때문. 햄스트링과 종아리 등 근육 관련 부상자가 많았던 탓에 러닝 훈련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이토 코치는 선수단에 첫인사를 하면서 "가끔씩 여러분에게 힘든 것들을 시킬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캠프에 못 오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여기에 합류했다는 의미를 조금 생각하고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고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미디어를 통해서 들었겠지만, 힘든 훈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 있는 선수 가운데 어떤 선수에게 기회가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20살부터 43살까지 어떤 사람이든 한 자리를 차지하면 나오지 않는다. 어릴 때 그 자리를 빨리 차지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여러분들이 잘 이겨내서 마무리캠프 동안 잘해서 꼭 여기서 기회를 얻는 선수가 생기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야수들은 8㎞ 러닝에서 멈추지만, 투수들은 또 뛴다. 100~150m 오르막길을 뛰는 훈련을 세트당 8~10회 뛰도록 계획해 둔 것. 최다 4세트를 진행하면 6㎞ 정도를 더 뛰게 된다. 
지옥의 달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선두를 지키며 페이스를 지키는 선수가 있었고, 눈에 띄게 혼자 뒤처져서 뛰는 선수도 나왔다. 
이 감독은 "분명 마무리캠프를 떠나기 전에 훈련 강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첫날부터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했는지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이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오키나와(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