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김장철이 다가왔다. 정겨운 우리 전통 중 하나이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재료를 준비하고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몸을 무리해 '김장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강북힘찬병원 관절클리닉 홍세정 원장은 "김장처럼 단시간에 근육과 관절, 인대를 반복적·집중적으로 과사용하는 경우 급성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작업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목터널증후군, '팔렌 테스트'로 자가 진단
김장 때 가장 많이 쓰는 관절은 단연 손목이다. 배추를 절이거나 양념을 무칠 때 손목을 반복적으로 비트는 동작을 장시간 반복하게 되는데, 이때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증상은 손끝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된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고 근육이 위축돼 일상 불편을 초래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팔렌 테스트'로 자가 진단해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손목을 90도로 구부려 손등을 맞대고 30~60초 유지했을 때 저림·통증이 나타나면 의심해 봐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예방법은 손목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작업하지 말고 중간중간 손을 털어주는 것이 좋다. 양념을 버무릴 때는 손목 대신 팔 전체를 이용해 큰 동작으로 섞는 것이 안전하다.
◇오십견과 헷갈리는 회전근개파열, 차이는?
무거운 배추나 양념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다 보면 어깨 힘줄이 손상돼 '회전근개파열'이나 '어깨충돌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회전근개는 어깨와 팔을 연결해 어깨를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네 개의 근육과 힘줄을 말하는데, 이곳이 파열되거나 손상된 질환이 회전근개파열이다.
흔히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또는 동결견)과 혼동하는데, 다른 사람이 팔을 올려줘도 잘 올라가지 않으면 '오십견', 잘 올라가면 '회전근개파열'로 보면 된다.
어깨충돌증후군은 회전근개가 어깨를 덮고 있는 견봉뼈와 부딪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질환들은 어깨를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며, 밤에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어깨를 돌려주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무거운 재료는 한 번에 들지 말고 여럿이 함께 옮기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는 자세, 무릎 연골에 치명적
김장하는 동안 오랜 시간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 관절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체중이 그대로 무릎에 실리기 때문에 연골이 눌리거나 마모될 위험이 크다. 특히 평소 퇴행성관절염이 있거나, 중장년층 여성의 경우 연골이 이미 얇아진 상태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일어설 때 '뚝' 소리가 나는 경우는 이미 관절에 무리가 간 신호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쪼그려 앉지 말고 작은 의자나 낮은 받침대에 앉아 작업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다리를 펴서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허리 굽힐 때 통증 심하면 디스크
허리도 김장철 흔한 부상 부위다.
허리를 '삐끗'하는 순간 통증이 번쩍하며, 이후 허리를 펴기 어렵고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이 심하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니라 요추 염좌나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똑바로 누워 무릎을 편 상태에서 양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릴 때 다리가 당겨 많이 올리지 못하면 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다른 허리 통증인 척추관협착증과 혼동하기 쉬운데, 디스크는 앞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예방을 위해 허리를 굽히기보다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에서 물건을 들어야 하며, 무거운 짐은 몸 가까이에 붙여 들어야 한다.
부평힘찬병원 척추클리닉 서병선 원장은 "허리를 삐끗했다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무릎을 구부리고 바로 눕거나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의자나 침대 위에 발을 얹는 자세가 좋다"고 조언했다.
적절한 작업 자세와 휴식, 꾸준한 스트레칭이야말로 맛있는 김장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비법'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