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복덩이'로 불리던 남자가 단 한 시즌만에 고개를 숙였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의 올시즌은 마치 암흑 같은 동굴을 헤매는 것 같았다. 컨택도, 장타력도 모두 잃어버린 한 해였다.
재능만큼은 늘 인정받는 선수였지만, LG 트윈스에선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되면서 대반전을 경험했다. 타율 3할1푼8리 1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96을 기록했다. 비록 규정타석엔 살짝 못미쳤지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 '홈런 기근' 롯데의 거포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시즌 내내 좋지 못했다. 5월 24일 한화전(5타수 5안타 2타점) 같은 날도 있었지만,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시즌 타율 2할5푼 4홈런 41타점, OPS 0.636에 그쳤다.
세부기록으로 들어가면 더 심각하다. 올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18, 출전하는게 팀에 손해인 선수로 변모했다. WRC+(조정 득점 창출력, 이상 스포츠투아이 기준)도 71.3에 불과했다. 규정타석의 70% 이상 소화한 타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키움 김건희, NC 최원준, SSG 정준재 등과 함께 리그 최악의 타자로 손꼽히는 신세가 됐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타자였는데, 자신감을 잃자 선구안도, 컨택도 무너졌다. 원래 수비보단 공격으로 어필하는 선수였던 만큼, 수비의 흔들림은 더욱 심했다. 특히 송구에서 심각한 약점을 보였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고민 끝에 손호영을 2루로 기용하기도 했다. 원래 송구나 발놀림 면에서 3루보다는 2루에 맞는 선수라는게 LG 시절 평가였다.
문제는 주전 2루수 고승민조차 빈 자리를 메꾸느라 1루 좌익수 우익수를 떠도는 롯데의 상황이었다. 박찬형 한태양 등 올해 두각을 드러낸 내야 유망주들도 대부분 주 포지션이 2루였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베테랑 김민성이 3루를 맡아야했다.
동반 부진했던 나승엽은 아직 어린 반면 1994년생인 손호영은 서른을 넘긴 입장. 말 그대로 선수 인생의 위기에 직면했다. 올겨울 퓨처스 무대를 초토화시킨 한동희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귀함을 감안하면, 지난해의 장타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내야에는 더이상 자리가 없다.
이제 KBO 가을리그(교육리그)를 뛸 나이는 아니지만, 절박한 현실에 직면한 손호영은 가을리그 행을 자처했다.
롯데는 손호영을 중견수와 좌익수로 기용하며 테스트를 펼쳤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순발력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
다음 시즌에는 내외야를 겸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호영의 인생을 건 도전은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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