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고생한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이런 리더는 전 세계 어느 팀에서도 찾기 어렵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2025 K리그1 우승으로 달성한 '라 데시마(동일 대회 10회째 우승)'를 상징하는 대형 별이 박한 전북 현대 엠블럼 옆에 마주 앉은 박진섭(30)과 거스 포옛 감독은 끈끈한 사제의 정을 이렇게 밝혔다.
올 시즌 전북 주장으로 활약한 박진섭은 조기 우승 달성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생존 사투 속에 간신히 살아 남은 전북은 포옛 감독 부임 1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한때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2 8강전과 K리그1에서 각각 연패, 총 4연패 부진에 빠졌다. 그렇게 추락하는 듯 했던 전북은 포옛 감독이 박진섭을 기존 센터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꾸는 변화 속에서 무패로 전환했고, 코리아컵 포함 26경기(21승5무), 5달 동안 무패를 달리면서 결국 '절대 1강'의 면모를 되찾았다. 포옛 감독은 "새 팀에 부임하면 짧게는 2달, 길게는 1년의 과정이 필요한데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운 결정이 필요했다. 박진섭을 센터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꾼 게 반전의 계기가 됐고 우승으로 연결됐다"고 돌아봤다. 박진섭은 "전북으로 이적한 뒤 센터백으로 뛰었지만 내 본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언젠가 내 포지션에서 좋은 모습으로 평가 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감독님 덕분에 이룰 수 있었고, 대표팀까지 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박진섭의 시즌 MVP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박진섭은 "후보에 오르는 게 첫 번째다. 그러기 위해선 감독님께서 후보에 올려주셔야 한다. 1년 동안 고생한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꼭 너를 선택할 것"이라고 화답한 포옛 감독은 "그동안 여러 팀에서 팀의 중심으로 주전 역할을 하며 동료들과 소통하고 모범을 보임과 동시에 그라운드에서 내 뜻을 투영할 수 있는 선수를 주장으로 선임하려 해왔다. 박진섭은 그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고,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활약과 승리에 대한 열망, 리더십도 중요한 데 박진섭은 다 갖추고 있다. 요즘 시대에 이런 리더는 전 세계 어느 팀에서도 찾기 어렵다 본다. 나는 (이런 주장을 만날 수 있어) 운 좋은 감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섭은 "감독님은 공과 사가 명확하다. 평상시엔 편안하게 장난도 치시지만, 경기장에선 완전히 달라진다. 선수들이 흐트러지면 가장 먼저 캐치하고 강하게 호통도 치신다"며 "팀 중심을 잡는 건 주장 혼자 할 수 없다. 올 시즌을 겪으며 (포옛 감독은) 역시 경험이 다른 감독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으로부터 '조기 MVP 후보'로 지명 받은 그는 "다른 팀에서 어떤 선수들이 후보에 오를 지 모르겠다. 수상은 하늘에 맡겨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내가 받는다면 우승 프리미엄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포지션상 공격포인트 면에서 부족할 수도 있지만,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모든 선수가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즌을 치르면서 팀이 최소 실점 기록을 유지 중인 부분도 좋게 평가 받아야 한다고 본다. 많이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포옛 감독은 "전북에서의 우승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브라이턴에서 리그1(3부리그) 우승,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의 잔류를 이끌었고, 칠레에선 슈퍼컵 우승도 차지했다. 감독으로 최상위리그 우승을 이뤘다는 건 큰 업적이라 본다.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선수들의 노력과 헌신 덕에 이룬 결과"라고 우승의 기쁨을 되새겼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