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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사 안 났어요?" 절호의 기회에 또…왜 감독은 황당하고 안타까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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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아직 기사 안 났어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4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첫날 내야수 윤도현의 근황을 묻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윤도현은 지금 오키나와에 와 있어야 했다. 다음 시즌 내야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

발목을 잡은 것은 또 부상이었다. 윤도현은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다 훈련 도중 다리에 통증을 느꼈고, 병원 검진 결과 왼쪽 대퇴근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다. 4주 정도는 재활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이 감독은 윤도현의 부상 소식을 듣자마자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윤도현에게 부상은 꼬리표와 같은 존재기 때문.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윤도현은 홈런을 펑펑 치면서 상승세를 탄 덕분에 주전으로 나서던 지난 6월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 중위지골 원위부 골절 진단을 받고 이탈했다. 재활을 마치고 9월에 다시 1군에 돌아와 또 잠재력을 뽐내며 눈도장을 찍나 싶던 10월 초에는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꺾이는 바람에 '단순 염좌' 진단을 받았다.

사실 올해는 윤도현에게 최고의 기회였다. 지난해 MVP이자 주전 3루수인 김도영이 햄스트링을 다치는 바람에 3루가 텅 비어 있었고, 2루수 김선빈도 종아리를 다쳐 전반기 막바지 자리를 꽤 비웠다. 내야 2자리 주전이 부상으로 스스로 물러난 상황. 윤도현은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윤도현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손가락을 다치면서 김도영, 김선빈과 함께 부상자명단에 있었다.

다음 시즌은 윤도현에게 더 큰 기회의 문이 열릴 전망이었다. 유격수 박찬호가 FA 시장에서 100억원 이상 계약이 가능한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기에 잔류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 베테랑 김선빈은 이제 2루수 풀타임을 뛰기 어렵고, 김도영은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심하게 고생했기에 다음 시즌까지는 온전히 상수로 두기는 조심스럽다. 이럴 때 윤도현이 마무리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스프링캠프까지 흐름을 이어 간다면, 진짜 내야 경쟁 구도를 뒤바꿀 수도 있었다.

그런데 또 다리를 다쳐 이탈했으니 감독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윤)도현이를 오키나와에 데려오려 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데려오지를 못했다. 도현이는 부상이 잦으니까. 감독은 그러면 선수를 상수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변수를 자꾸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도현의 부상은 올해로 한정되지 않는다. 신인이었던 2022년에는 시범경기 도중 오른손 중수골이 골절돼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3년에는 햄스트링 부상, 지난해는 옆구리와 왼손 중수골 부상으로 연달아 좌절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윤도현은 "부상을 3년 동안 당했다"고 위축됐다가 올해 1군 40경기를 뛰면서 희망을 봤다. 2022년 입단 이래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고, 타격 재능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 타율 0.275(149타수 41안타), 6홈런, 17타점을 기록하며 적은 기회 속에서도 잠재력을 충분히 뽐냈다. 이 감독도 윤도현의 타격 재능은 인정한다. 수비와 주루 등은 1군에서 경험을 더 쌓으면 완성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오키나와 동행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 감독은 윤도현을 내년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다. 이제는 부상 관리도 실력인 시대. 감독이 믿고 데려갈 수 있는 몸을 만들지 않으면 당연히 기회를 주기 어렵다.

이 감독은 윤도현이 건강만 하다면 김선빈의 뒤를 이을 2루수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고 믿는다. 내년에는 2루수와 1루수 백업을 준비하게 하면서 1군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더 적극적으로 키우고자 했다.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윤도현이 올겨울 자신의 건강에 붙은 물음표를 완전히 지울 수 있어야 한다.

오키나와(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