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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품은 '울진'…지나간 계절의 여운, 겨울 매력 발산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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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사계절 중 가장 멋스러운 계절 '가을'이지만, 지나간 계절의 아쉬움도 크다. '울진'은 언제 떠나도 사계절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지나간 계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란 얘기다. 더욱이 다가올 계절의 기대감도 함께 공존하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 하루가 일 년 같은 사계절 여행, 다양한 볼거리와 적절한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D-1, 이찬원이 온다고? "가자! 죽변항으로"

11월 울진군 죽변항 인근에선 수산물축제가 열린다. 'K-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가 행사장을 채운다.

울진군에 따르면 11월 7일부터 11월 9일까지 죽변항 일원에서 '가자, 죽변항! 먹자, 수산물!'을 주제로 한 2025 죽변항 수산물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수산물 및 건어물 판매장터와 맨손 활어잡기, 물회 퍼포먼스, 수산물 경매와 해체쇼 등 다양한 이벤트와 무료 시식 행사가 진행된다. 방어, 오징어, 전어 등 청정해역 울진에서 잡아 올린 각종 수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축제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저녁 시간에는 어등 전시와 해상 어선 퍼레이드, 불꽃쇼가 진행된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과 황윤성의 축하공연도 준비됐다.

죽변항은 북쪽으로 강원도 삼척시와 인접하고 울릉·독도와 최단 거리에 있는 울진군의 북쪽 관문인 동시에 동해안 최고의 어업 전진기지다. 죽변항은 대게 어획량에서 남쪽의 후포항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울진 북쪽의 항구로, 죽변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죽변에 자생하는 소죽(小竹)은 화살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죽변 등대가 자리한 야트막한 산을 대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싸고 있다.

봄: 여행의 시작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

울진의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은 봄을 닮았다. 계절이 바뀌어도 흐르는 계곡물과 먼 여행의 시작점으로 주변 분위기가 활기차다. 십이령길은 옛 보부상들이 흥부장, 울진장, 죽변장에서 미역, 건어물, 소금, 생선, 젓갈 등의 해산물을 사들여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갈 때 넘나들던 열두 고개다. 울진 흥부장~쇠치재(쇠고개재)~바릿재~샛재~너삼밭재~처진터제~한나무재(적은넓재)~넓재(큰넓재)~꼬치비재~곧은재~막고개재~살피재~모래재~춘양장으로 이어진다.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은 사실상 식당이다. 주변 볼거리로는 나 홀로 서 있는 울진내성행상 불망비가 전부다. 볼 게 뭐 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막촌 문턱을 넘으면 상황이 바뀐다. 지역 주민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나오는 현지식 한 상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은 두천1리 영농조합법인이 주축으로 운영되며, 숙박동도 갖추고 있다. 현지인 맛집, 현지인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대신 숙박의 경우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숙박동은 기와 한옥으로, 주막동은 초가로 지어졌다. 토피어리 포토존과 전통놀이 체험관도 마련되어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울진내성행상 불망비 인근 산책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개울의 돌다리를 건너며 듣는 물소리는 어느 교향악단의 음악소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름: 시원한 바람, 탁 트인 바다 '망향정'

탁 트인 바다를 한눈에 즐기고 싶다면 '망향정'을 추천한다. 망향정은 관동팔경에 속해 있을 정도로 풍경이 빼어나다. 망향정에 오르기 위해선 왕피천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한다. 왕피천케이블카의 도착점에서 망향정까지 이어지는 바람소리길의 풍경 소리는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망향정에 다다르면 탁 트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수평선 위의 하늘색은 언제 봐도 맑고 푸르다. 사계절 내내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 낸 풍경은 한 여름을 연상케 한다. 카메라를 통 통해 망향정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동해를 뚫고 불어오는 거센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인근에 있는 구수곡자연휴양림은 울진의 여름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곳이다. 계곡 주변의 청록색 소나무가 만든 신비함이다. 구수곡자연휴양림은 물이 굽이치는 곳마다 18개의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있다. 특히 양 계곡의 끝에는 각각 10m와 30m의 폭포가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죽변스카이레일도 사계절 내내 울진의 여름 풍경을 볼 수 있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모노레일에 몸을 싣고, 한없이 펼쳐진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마주하는 바다는 계절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덕분에 울진 방문객이라면 꼭 한번 찾는 명소가 됐다. 죽변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시속 5km 속도로 달리며 울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스카이레일을 타고 죽변의 명물인 하트해변,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죽변등대를 볼 수 있다.

가을: 짧은 단풍 '긴 여운' 도화동산

울진의 가을은 여느 지역과 다르다. '대한민국의 숨'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소나무가 많은 곳으로, 울긋불긋 단풍을 마주하는 기회가 많지 않다. 지리적 특성과 함께 2000년, 2022년 큰 산불 피해를 본 탓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 울진만의 가을의 멋을 즐기고 싶다면 도화동산을 추천한다. 도화동산은 관광지는 아니다. 울진군이 경상북도의 도화인 백일홍을 심어 도민들과 관광객의 쉼터로 조상한 공원이다. 산불에 훼손된 공간을 복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깃들었고, 서서히 그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11월 무렵 백일홍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고작이지만, 그 아래 피라칸타의 빨간 열매가 가을 단풍을 대신한다. 겹겹이 둘러싼 산속 종종 보이는 울긋불긋 단풍마저 운치를 더한다. 동해의 일출과 일몰도 아름답다.

겨울: 덕구계곡, 못다 한 이야기

찬 바람이 불면 찾게 되는 게 온천이다. 온천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인 덕구온천은 울진에 있다.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인 지금 딱 즐기기 좋다. 덕구온천을 즐기고 원탕까지 이어지는 4km의 오솔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도 덕구계곡의 명물이다. 금문교,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을 하나씩 지나면서 형제폭포, 옥류대, 용소폭포 등 절경을 감상하다보면 덕구온천의 원탕에 다다른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은 이색 즐길거리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산책로는 험하지 않다.

울진 여행의 기대감을 더하는 건 아직 추운 겨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찬 바람이 불수록 속이 단단해지는 대게. 아직은 금어기로 울진에서 국산 대게를 볼 순 없다. 다만 대구를 비롯해 곰치국까지 아쉬움을 달랠 먹거리는 다양하다. "기다려라, 울진. 이제 곧 겨울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