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60주년 앞두고 한국기술혁신학회서 세션 개최
(제주=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역(逆) 두뇌 유출의 상징'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될 당시 이를 원조했던 미국이 KIST 모델을 평가하며 쓴 표현이다.
KIST 설립과 이후 확산 과정을 연구한 문만용 전북대 교수는 6일 과거 KIST 모델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며 "해외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일하던 한국 연구자들이 귀국해 이끈 KIST는 '과학기술 붐'의 상징이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6일 제주 소노캄 제주에서 열린 한국기술혁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내년 KIST 60주년을 앞두고 'KIST학(學)'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놓고 KIST를 조망한 연구자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KIST학은 KIST가 60년간 축적한 기관 연구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 성과 등을 분석해 향후 혁신 모델 사례로 공유하겠다는 시도다.
문 교수는 1966년과 KIST가 만들어지며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체제가 도입됐고, 1967년에는 과학기술처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후원회 등이 생겨나며 행정체제와 지원체제도 갖춰지는 등 현대적 과학기술 체제 형성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1972년 인도네시아가 새 연구소 모델로 KIST 모델을 채택하고, 1975년에는 KIST의 두뇌유출 해결 모델을 연구한 국제 연구가 발표되는 등 10년 만에 KIST가 본격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연구소 모델이 됐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한국 현대 과학기술사에서 KIST는 현대적 과학기술 체제 형성의 촉매가 됐다"며 "1970년대 산업기술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고 인력들이 퍼져나가며 과학기술분야 인력 허브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KIST가 전통적인 기술이전부터 공동연구, 벤처 창출, 생태계 구축 등 기업과 협업에 있어 4가지 모델을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KIST뿐 아니라 출연연 파트너십이 개별 연구자나 지역 등 인맥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적의 연구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한 선정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려대와 KIST의 융합 체제인 KU-KIST 융합대학원과 대표적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사례인 한국-베트남 KIST(VKIST) 등 대학과 해외 간 협력 사례도 소개됐다.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KIST 사례를 연구하기 위한 자료가 사라지거나 공유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KIST 과거 자료가 폐기되면서 대학으로 옮겨와 최형섭 아카이브 등 자료 모음을 만들어 연구에 활용했다"며 "KIST학이 엄밀한 학문 분야는 아니지만 인정받으려면 자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ST는 KIST학의 내용을 국가 연구개발(R&D) 체계 정립, 산학연 협력, 인재양성, ODA 및 국제협력 등 네 축으로 구분해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장준연 KIST 부원장은 "KIST의 과학기술혁신 유산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기관의 연구철학과 혁신 정신을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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