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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화학물질' 3.5㎞까지 피해…주민들 "영업 중단하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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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명 두통 등 증세·농경지 80.6㏊ 피해…보험사 50% 가지급 검토
원주지방환경청장 "신속한 원인 조사, 재발 방지대책 수립" 약속

(음성=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지난달 충북 음성의 진양에너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학물질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누출 사고의 피해 추정 범위가 업체로부터 최대 반경 3.5㎞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민들은 해당 업체의 사고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지방환경청은 6일 오전 음성군 대소면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현재까지의 피해 현황과 향후 조사 계획을 밝혔다.
설명회에는 주민 150여명과 음성군, 음성소방서,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성돈 원주지방환경청 화학물질관리과장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최대 약 3.5㎞까지 맨눈으로 피해가 확인된 지점이 있다"며 "이 구간 너머에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한 것은 시료를 채취해서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을 절대 섭취하거나 수확하면 안 되고, 유해 검사를 위해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해당 반경 내 주민과 공장 직원 등 98명이 두통, 매스꺼움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27명은 퇴원했으며, 69명은 통원 치료 중이다.
다만 화학물질관리원은 현장에서 측정된 사고 화학물질의 농도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화학물질관리원 관계자는 "누출된 화학물질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1차 사고의 최고 농도는 약 2.9ppm, 2차 사고 때는 0.8ppm으로 검출됐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수치는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고, 기침이 난다든지 목이 아프다든가 정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재산 피해를 보면 음성군 미곡리·삼정리·삼호리와 진천군 일부 지역 농가 220곳의 농경지 80.6㏊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원주지방환경청 등으로 구성된 사고영향조사단은 건강 영향 조사와 농작물, 토양, 수질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여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조만간 경찰, 소방 등과 함께 현장 감식을 벌여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이 과정에서 진양에너지의 위법 또는 과실이 드러나면 그에 따른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조사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누출 사고를 낸 진양에너지는 1건의 사고당 5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책임보험에 의무 가입돼 있으며, 피해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보험사 측은 조사 장기화에 대비, 농작물 피해액의 50%를 주민들에게 우선 가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농작물 보상 등 관련해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삼정리의 한 주민은 "농작물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돼야지만 보상해주는 건지, 보상해준다면 어떤 방법으로 언제 해주는 건지 명확하게 말해달라"며 "저희는 지금 농작물을 보관한 채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진양에너지는 누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며 "이 사고는 명백한 인재(人災)로, 주민들에게 하루빨리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주민은 사고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며 공장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진양에너지는 두 번의 사고를 내면서 도대체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라며 "한 사람(진양에너지) 때문에 주민 몇 명이 고생하는 거냐. 다른 지역에 가서 영업하라"고 울분을 토했다.
진양에너지 대표는 "누출된 화학물질의 특성에 대해 제가 잘 모르고 있었다"며 "주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현수 원주지방환경청장은 "3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업체에서 위험 물질을 반출하는 작업을 모두 마쳤다"며 "신속하게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화학물질 보관·저장업체인 진양에너지에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 18분께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 500ℓ가 유출됐고, 닷새 뒤인 지난 26일 오전 9시 43분께도 같은 물질 400ℓ가 누출됐다.
화학물질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면서 발생한 가스는 인접한 마을과 공장으로 확산하면서 주민들과 농경지에 피해를 줬다.
무와 배추 등 농작물은 마치 제초제가 뿌려진 듯 누렇게 변해 못쓰게 됐다.
흔히 본드 원료로 사용되는 비닐아세테이드 모노머는 휘발성이 높은 자극성 유기용제로 냄새가 강해 두통 등을 유발하고, 농작물 표면에 닿으면 조직 손상과 탈색, 갈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u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