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FA대박'의 기운이 김하성(30)에게 찾아온 것일까.
올해 겨울 스토브리그의 판도가 김하성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를 분위기다. 김하성 자체의 FA가치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김하성과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인물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희소식이 전해졌다. 김하성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보스턴 레드삭스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33)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옵트-인으로 보스턴에 그대로 남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5일(이하 한국시각) '옵트 아웃 권리를 갖고 있는 스토리가 권한행사 대신 2년-5000만달러의 잔여계약을 유지하고 보스턴에 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토리는 지난 2022년 3월에 보스턴과 6년-1억4000만달러(약 2022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계약 이후 첫 3년간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가 돼서야 몸상태가 회복돼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기에 이르렀다. 스토리는 올해 총 157경기에 나와 타율 0.263(612타수 161안타) 25홈런 96타점 OPS 0.741을 기록하며 모처럼 이름 값을 해냈다.
당초 예상은 회복세를 보인 스토리가 시즌을 마친 뒤 옵트 아웃을 선언하고 FA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스토리는 보스턴에서 잔여계약을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스토리는 2026~2027년에는 각각 연봉 2500만달러(약 361억원)를 받은 뒤 2028년에는 팀 옵션으로 2500만달러 계약이 돼 있다. 바이아웃 금액은 500만달러다.
스토리가 보스턴 잔류를 선택한 이유는 FA시장에 나가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년간 보장금액 5000만달러를 받으며 좋은 활약을 펼친 뒤 다시 한번 FA를 노리는 전략이다.
스토리의 보스턴 잔류는 상대적으로 김하성에게는 이득이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 FA시장에서 김하성과 경쟁할 만한 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나이인데다 수비력은 김하성보다 약간 떨어진다고 봐도 탁월한 공격력이 장점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치면서 90타점을 넘기는 유격수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가 시장에 나오지 않기로 하면서 김하성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현재 유격수 FA시장의 최대어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보 비셋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비셋 역시 OAA가 -13으로 리그 하위 1% 수준에 불과하다. 김하성이 수비력에서는 월등히 앞선다. 여기에 스토리마저 시장에 나오지 않기로 하면서 김하성의 가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김하성은 지난 4일 1600만달러의 2026시즌 보장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했다. 올해 초 탬파베이 레이스와 1+1년 총액 29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어깨 수술 후 재활이 길어지며 지난 7월에야 빅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IL)에 들어가는 등 잔부상에 시달리며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 9월 웨이버 클레임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팀을 옮겼다. 애틀랜타에서는 잠시나마 건강을 회복하며 공수에서 명확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확 두드러지는 성적은 아니었다. 때문에 애틀랜타에 잔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김하성과 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옵트아웃을 실행해 두 번째로 FA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이에 대해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에 대해 '2025~2026 톱 FA 랭킹'에서 전체 36위의 낮은 평가를 했다. 비셋(2위) 다음이지만, 전체 순위는 높지 않다. 그러면서 5일 김하성의 예상 계약 규모를 '3년-5000만달러(약 72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평균연봉(AAV) 1667만달러로 김하성이 포기한 내년 옵션 1600만달러 보다 약간 많다.
반면 MLB닷컴은 지난 4일 김하성의 FA 선언 소식을 다루면서 '올해 30세인 김하성이 평균 연봉(AAV) 2000만달러 이상의 다년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유격수의 희소성이 부각된다면 김하성의 몸값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