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알코올중독자의 음주 갈망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 연구팀은 뇌파와 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활용해 음주 갈망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기술과 갈망 억제에 효과적인 중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알코올중독 치료의 핵심인 '갈망(craving)'을 생체신호로 실시간 검출하고, 인지적 개입을 통해 즉각적으로 갈망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연구팀은 알코올중독 참여자들에게 음주 욕구를 유발하는 가상현실(VR) 영상을 보여주고 뇌파와 심전도 등의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갈망이 높아질 때 뇌파 상에서 긴장과 불안, 각성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시사하는 패턴이 나타났으며 심박수 증가 및 심박 변동성 감소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체신호만으로 참여자의 갈망 강도를 최대 92.8%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갈망이 높아졌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억제하는 치료법도 검증했다. 음주 충동을 느낄 때 자신의 구체적인 개인 경험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기억구체성 훈련을 할 경우 갈망이 감소하고 생체신호가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 대상으로 4~8주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주 패턴과 스트레스 등을 기록하며 기억구체성 훈련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했는데 앱 사용만으로 술을 마시는 횟수가 감소하였다. 이 외에도 산책 등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행동활성화 훈련' 역시 효과적으로 음주 갈망을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번 공동연구는 한국연구재단 STEAM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한국인정기구(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로부터 공인인증을 획득했다.
연구 책임자인 황재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신호 기반으로 음주 갈망을 실시간 예측하고 중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향후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통해 알코올중독자의 갈망 신호를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김성은 서울과학기술대 인공지능응용학과 교수 ▲김아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신현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최영석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VR 영상제작업체 ㈜ 벤타엑스(대표 전우열)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